계약한 하청업체 ‘서두른’ 의혹
“다른 일 밀릴 우려에 업계 관행
안전성 평가·보강 미흡했을수도”
신분당선 연장구간 공사장에서 옹벽을 제거하지 않고 지반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인명사고가 공사 만료 시한을 단 하루 앞두고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는 옹벽 전체를 제거하고 작업을 이어갔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1월 20일자 7면 보도)을 받았는데 공사기한을 앞둔 상황이 옹벽을 둔 채 지반작업이 이어졌던 배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가 시공사와 계약 당시 정한 공사 기한은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였다.
사고 당일인 지난 17일에는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고 지반을 단단하게 하는 차수 그라우팅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옹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을 담당하던 하청업체 소속 50대 남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시공사인 HJ중공업에 따르면 무너진 옹벽은 가로 2m, 높이 1.5m가량 규모로, 전체 옹벽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남은 일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반 평탄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땅 속에 묻혀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옹벽)가 발견됐고, 관련 작업을 이어가면서 구조물을 철거해 왔다는 게 시공사 측 주장이다. 앞서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을 제거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 것이 지반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그는 “옹벽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지하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옹벽 해체 작업과 지하 공사를 함께 진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단 땅을 파고 터널을 뚫어야 다른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공사가 정해진 기한보다 늦어지면 다른 작업도 밀리게 된다”며 “업계에선 서두르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보니 안전성 평가나 보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J중공업은 현장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공사는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역에서 권선구 호매실까지 노선을 잇는 사업으로, 지난 2024년 착공해 오는 2029년 3월 30일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현재 기준 공정률은 8.67%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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