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귀로, 혼자 아닌 팀으로… 각자의 시야 달라도 목표는 하나”
올해로 창단 4년… 작년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서 첫 정상
근력·체력·기술 중심 고강도 훈련 실력 다져… 힘들어도 ‘쾌감’
코트 안서 감각적 소통 매력적… 코치진 맞춤 지도·팀워크 강점
올해 목표는 모든 대회서 1위… 취약점 보완해 부상 없이 경기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골볼은 시야를 가리는 고글을 쓰고, 방울 든 공을 골대에 넣어 득점하는 팀 스포츠다. 경기 중 관중은 환호나 박수 등 어떤 응원도 할 수 없지만,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여느 종목 못지않은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 7일 인천도시공사 골볼팀이 한창 훈련 중인 인천 서구 반다비체육센터를 찾았다. 김남오(34), 방청식(38), 조용민(30), 최승호(32), 이정현(21), 한도미니크(19) 등 6명으로 구성된 골볼팀은 3명씩 팀을 나눠 연습 경기를 시작했다. 심판을 맡은 김신(30) 감독과 박서준(30) 코치가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외치며 경기 시작 신호를 주자 고글을 쓴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 자세를 취했다.
공격권을 먼저 얻은 김남오 선수가 방울을 든 공을 골대 라인 안으로 던지자, 수비를 위해 손을 바닥에 짚고 앉아 자세를 취하고 있던 반대편 선수들은 방울 소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수가 전환되면 선수들은 각각 골대와 바닥에 붙어 있는 울퉁불퉁한 라인을 손으로 만져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입소리를 내 서로의 위치를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며 경기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그간의 연습량과 팀워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창단 4년을 맞은 인천도시공사 골볼팀은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인천도시공사 골볼팀은 지난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정상에 오르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이후 2025 전국골볼 리그전 3위, 지난 연말 열린 인천시장배 전국골볼대회 겸 제18회 전국시각장애인골볼선수권대회 2위를 기록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주장 김남오 선수는 “지난해에는 6명의 선수가 다 채워지면서 팀워크를 잘 다질 수 있었다”며 “새로 들어온 젊은 선수들이 잘해줬고, 코치진 2명까지 포함해 8명이 한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전국체전 1등을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선수도 “개인적으로 지난해 무릎 부상이 심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강팀과 상대해 중요했던 전국체전 첫 경기를 이기고 나서 이번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니 어느덧 우승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천도시공사 골볼팀은 2022년 창단 당시 김남오, 방청식, 조용민 선수 3명과 현 감독인 김신 코치로 팀이 꾸려졌다. 이듬해 최승호 선수와 박서준 코치가 합류했고, 지난해 이정현과 한도미니크 선수가 합류하며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선수들은 팀워크를 강점으로 꼽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맏형인 방청식 선수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민 선수도 “오래 알고 지낸 선수들이라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잘 받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비교적 최근 합류한 선수들 역시 빠르게 녹아들며 팀 분위기와 소속감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승호 선수는 “이 팀에 소속되기 전 전남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왔는데, 딱 중간 나이여서 형들과 동생들 의견을 들으며 중간 역할을 하다보니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도미니크 선수도 “형들이 잘 챙겨줘서 다른 팀보다 분위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정현 선수는 “큰 대회에서 오래 경기를 뛰어본 것도 입단 후 처음이라 형들과 경기 뛰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무척 좋았다”며 “훈련하며 힘들기도 하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근력, 체력, 기술 등 세 가지로 구성된 고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수비 상황에서 공을 막기 위해 몸을 낮췄다가 곧바로 일어나 공을 잡고 던지는 등 다양한 자세 전환을 위한 반복 운동, 공을 던질 때 쓰이는 팔·어깨·골반 등의 근력과 유연성을 함께 높이는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고참에 속하는 ‘OB’(Old Boy) 선수들은 체력 훈련이 많이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나이가 어린 ‘YB’(Young Boy)도 마찬가지다. 한도미니크 선수는 “힘들지만 힘든 게 좋다”며 “힘들수록 실력이 더 늘고 경기 뛸 때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지 않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남오 선수는 “힘든 훈련이 끝나면 기술의 완성도나 실력의 향상이 느껴지는 그 쾌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며 “힘들어도 참고, 욕심도 부리게 되고, 내가 이 팀에 도움이 돼야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섯 선수 모두 시각장애인특수학교에서 골볼을 처음 접해 자연스럽게 선수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광주 세광학교를 졸업한 김남오 선수를 제외한 5명은 모두 인천혜광학교 출신이다.
방청식 선수는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구기 종목이 많지 않은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구기 운동이라 골볼을 좋아한다”며 “내가 열심히 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조용민 선수도 “눈을 가리고 코트 안에서 감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골볼의 매력”이라고 했다.
훈련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코치진 역할 역시 골볼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용인대학교에서 장애인체육을 전공한 김신 감독과 박서준 코치는 대학 시절 골볼을 접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박서준 코치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선수마다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보이지 않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지만, 선수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선수와 라포를 쌓아 각자 맞춤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신 감독은 “지금이야 선수들이랑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많지만, 지도자로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시각장애인들만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며 “시각장애인 선수 개인의 시력과 시야가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안내하거나 도움을 주려다 오해가 생긴 적도 있다”고 했다.
김신 감독은 “체육인으로서 높은 성적을 받을 때만이 아니라 장애인 콜택시 기사님들이 선수들의 우승 소식을 알고 축하해주거나, 식당과 헬스장에서 선수들을 알아봐 주고 인사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단시간이 아니라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식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인천도시공사팀은 지난해 전국체전 우승을 발판 삼아 올해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계획이다. 한도미니크 선수는 “형들 덕분에 지난해 우승할 수 있었던 만큼 형들을 위해 경기를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현 선수는 “지난해 개인적으로 유난히 취약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게 우선순위고, 또 다치지 않고 운동하고 싶다”고 했다.
김남오 선수는 “모든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모두가 다치지 않고 올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단체 종목 특성상 제가 하나라도 공을 더 굴려주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하나를 더 막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실력도 함께 향상되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인천도시공사 골볼팀은?
인천도시공사가 2022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골볼 실업팀으로, 시각장애인 선수 김남오, 방청식, 조용민, 최승호, 이정현, 한도미니크 등 총 6명의 선수가 속해있다. 김신 감독과 박서준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창단 3년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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