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끊겼지만… 온기 찾는 발길 끊임없다
광명의집 운영… 어르신 방문 2배
마지막일지 모르는 특식 잔치국수
“비슷한 처지 안부 묻는 유일한곳”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이 참 감사한 날이네요.”
20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서구 석남동 나눔의울타리 무료급식소. 영하 10℃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에도 어르신들은 급식소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노숙인재활시설 광명의집이 운영하는 나눔의울타리 무료급식소는 평일 오전 8시30분께 문을 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적게는 150여명, 많게는 200여명의 어르신이 이곳을 찾는다. 실내에는 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많아 건물 바깥에 간이 테이블 20개와 의자 100여개를 놓고 어르신들을 맞이하고 있다.
야외에서 배식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은 에탄올 난로 주위로 모여들었다. 점점 작아지는 불씨에 한 어르신이 난로를 발로 툭툭 차며 불씨를 살려냈다. 난방시설이 없는 야외 급식소에서 냉기를 줄여주는 것은 자그마한 난로 하나다.
배식을 기다리던 김은이(83) 할머니는 “혼자서는 끼니를 챙기는 게 힘들어 매일 이곳에 나온다”며 “이 추운 날 무사히 걸어와 따뜻한 국수를 먹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식시간인 오전 11시30분이 되자 어르신들 앞에 잔치국수 한 그릇씩이 놓였다. 김이 올라오는 그릇을 감싸 쥐며 언 손을 녹이던 임용혜(78) 할머니는 “오늘처럼 추운 날뿐만 아니라 눈보라가 칠 때도 급식소에 온다”며 “급식소는 따뜻한 밥도 주지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서로 아픈 곳은 없는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급식소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운영을 위한 후원은 거의 끊기다시피 한 반면,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 수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선호해 매달 한 차례 특식으로 제공하던 잔치국수도 당분간은 내놓지 못하게 됐다. 한 기업의 소면 후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화용 나눔의울타리 무료급식소 원장은 “2~3년 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를 어르신들께 나눠드리기도 했는데, 올해는 반찬으로 김치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겨울철 바깥에서 식사하시는 어르신들 근처에 난로를 몇 개 더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어 죽지 말고 조심히 들어가. 내일도 만납시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김모(81) 할머니는 “우리는 매일 ‘내일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이렇게 추운 날에도 누군가와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는 참 고맙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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