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서울이전 검토’ 밝혀
첫 공식적인 해외 이민 출발지가 바로 인천
충분히 살펴서 위치 결정… 번복 사유 안돼
인천 상징성과 시민 열망으로 유치한 재외동포청의 뜬금없는 서울 이전 검토 소식에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취임한 지 불과 4개월여 밖에 안 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 청장은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자 ‘청사 유치 당시 인천시의 지원 약속 이행’ 등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서울 이전 검토’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했다. 한발 물러서는 듯 보이지만, 임대료 인상계획 철회와 인천시 약속 이행 등 조건까지 붙이며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애초에는 직원 불편을 이유로 삼더니 재외동포 접근성을 운운하다가 이제는 임대료와 인천시 탓을 하는 셈이다.
동포청은 재외동포와 관련한 정책 수립과 사업 시행의 일원화를 도모하고 민원 분야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2023년 6월 설립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지 3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관이다. 정부는 당시 브리핑을 통해 본청은 인천에,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서울 광화문에 분리 개소할 것을 발표했다. 본청을 인천에 두는 이유로 재외동포의 편의성·접근성, 외청을 서울에 두지 않는 행정조직 설립의 일관성,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조 등을 들었다.
왜 인천이었나.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해외 이민 출발지가 바로 인천이다. 1902~1905년까지 7천400여 명의 첫 이민이 인천항을 떠나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고된 노동을 견디며 꿈을 일구었다. 멕시코 이민도 1905년 인천항에서 출발한 1천33명이 시작이었다. 파독 노동자, 남미 농업이민자 역시 모두 인천이 출발의 거점이었다.
동포청이 생긴다고 했을 때 가장 반긴 곳은 바로 인천이었다. 결의문 채택, 간담회, 토론회, 시민 서명운동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유치의 염원이 높았다. 이런 상징성과 역사성, 국제공항과 가까운 지역 여건, 글로벌 환경과 인프라, 인천시민의 염원이 합하여 오늘의 재외동포청이 송도에 위치한 것이다.
‘서울 이전 검토’는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청장이 쉽게 언급할 말이 아니다. 조직의 가장 우두머리인 청장이라면 신생 기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 분산된 부처 업무의 통합 관리로부터 조직 재정비, 다양한 사업 발굴이 우선 과제다. 지방정부, 민간기구,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과 역할 분담도 중요한 과제다. 동포청의 사업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지역사회의 부정적 평가가 많은데, ‘청사 이전’이라는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을 쉽게 발언하니 정부의 신뢰가 서겠는가. 인천시민들은 지금도 범시민적으로 동포청과 협력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시민의 뜻을 유정복 인천시장이 잘 대변해 주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포청은 그 이름처럼 ‘세계와 대한민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면서 “이 가교의 출발점은 지금처럼 인천 송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동포청 본청이 인천에 있어야 하는 이유로 인천공항 접근성, 역사성, 당위성, 국제사회 연대, 동포 경제인과의 교류 활성화에 적합한 송도 인프라, 시민의 염원과 약속을 들었다.
동포청 위치는 이미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다. 그 사안을 번복할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 임대료가 과다해 이전하겠다는 말이 사유가 되겠는가. 동포청이 현안 해결을 위해 인천시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선 적이 있는가. 국가기관인 동포청을 특별한 사유도 없이 보따리 옮기듯 쉽게 이전하겠다는 생각은 저간의 깊은 사정과 의미를 알지 못하는 공무원의 행정 편의적 소치(所致)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뱉는 말이라도 공인(公人)이 공적(公的)인 자리에서 하는 말은 깊이가 있고 신중해야 한다. 김경협 청장은 조건 없이 ‘서울 이전 검토’를 철회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동포청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행정 편의적 또는 정치적으로 쉽게 뒤바뀐다면 시민들의 강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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