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나인 에잇… 아이들 상상은 얼마나 더 커질까요”

 

‘날아오르기 전에’는 모험극

청약 열풍, 소설 구상의 계기

미래와 가까운 존재 ‘어린이’

공상과학 결국 실현되는 만큼

SF 읽고 쓰는 독자 많아질 것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이후, 어머니는 밤낮 없이 일하며 초등학교 5학년 현이와 1학년 찬이 남매를 홀로 키우고 있다. 현이네 가족은 69층짜리 초고층 최첨단 아파트 ‘뉴로파’에 입주하게 된다. 조금 독특하다고만 생각했던 남동생 찬이가 상위 0.01% 영재라고 판명되면서 뉴로파 입주 혜택을 받게 됐다.

현이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 아파트에서 가끔 웅웅대며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이상하다. 현이는 아파트 관리자인 어른들도, 동생 찬이가 뉴로파에서 참여하는 영재 교육도 수상하다. 학교에선 같은 반 호성이와 다투기도 하지만, 아파트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곧 힘을 합친다.

SF 동화 ‘날아오르기 전에’ 수록 삽화. /보림 제공
SF 동화 ‘날아오르기 전에’ 수록 삽화. /보림 제공

지난해 제7회 목일신아동문학상을 수상한 하신하(56) 작가의 SF 장편 동화 ‘날아오르기 전에’(보림·2025)는 제목처럼 미지의 무언가가 ‘날아오르기 전에’ 펼쳐지는 아이들의 성장담이자 모험극이다. 목일신아동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어린이의 힘으로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상상력이 힘껏 구현된 작품”이라고 평가한 이 소설을 구상한 계기는 ‘아파트 청약 열풍’이었다고 한다. 하신하 작가는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종시에서 가르치던 아이가 어느 날 ‘엄마가 아파트 청약에 떨어져 울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너도 슬퍼?’하고 물었더니, 그 아이는 ‘엄마가 슬퍼서 그렇지 저는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도 재밌어요’라고 답했어요. 아이들은 그 집이 몇 평인지, 누구 소유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에서 얼마나 재밌게 노느냐가 중요하죠. 어른들에게는 아파트가 주는 높이의 상징성이 있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그 순간을 누구와 함께하는지, 어디서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시골 풍경이 살아 있던 하 작가의 어린 시절에도 그를 비롯한 어린이들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TV에서 많이 봤다. 그때도 어린이들은 돌을 주워 아폴로 우주선이 날아가는 장면을 흉내 내면서 우주를 꿈꿨다고 한다.

“나로호와 누리호가 발사될 때 ‘십, 구, 팔…’처럼 우리말로 카운트다운을 하는데, 정말 마음이 웅장했어요. 어릴 적 ‘텐, 나인, 에잇…’이 아니었던 거죠. 우리 아이들은 시큰둥했어요. 그 장면이 이젠 생활이 된 거죠. 우리나라에서 로켓 발사 장면을 밥 먹듯 보게 된 상황이 감격스러웠어요. 이런 게 생활이 된 아이들의 상상력은 앞으로 얼마나 커질까 궁금하고요.”

2024년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SF 동화집 ‘우주의 속삭임’(문학동네·2024)은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아름다운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로봇들만 남은 행성 타보타에서 태어난 생명인 이끼를 살리기 위한 로봇들의 고군분투와 희생(‘타보타의 아이들’), 달의 폐기장으로 가는 길에 기억을 갖고 가고 싶은 로봇 이야기(‘달로 가는 길’) 등이 인상 깊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와 인간을 생각하는 문학 장르라고 나름 정의를 내렸어요. ‘우주의 속삭임’을 쓸 때는 과거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고, 천년이 지나도 중요한 것이 뭘까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생명이었어요. 생명이 살아가는 데에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모든 종류의 사랑이 세상을 이어 나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야기에 담았습니다.”

우리 가운데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린이라는 게 하 작가의 생각이다. 미래의 주역이면서 꿈꾸고 희망하는 존재가 어린이다. 하 작가는 “예전에 어른들은 현실성 없는 헛된 상상이라며 SF를 공상과학이라고 했지만, 그 공상들이 지금 거의 실현돼 가고 있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SF를 통해서 조금 더 미래와 가까워지고, 미래 안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점점 SF를 읽고, 또 쓰는 독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