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고구마가 뉴욕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떠올랐다. 세계의 수도에서 과거 한국의 구황작물이라니 뜻밖의 조합이다. 하지만 살인적인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소비라면 수긍이 간다. 뉴요커들이 즐겨먹는 샐러드볼은 15~20달러(약 2만2천~3만원), 햄버거 콤보도 10달러(약 1만5천원)를 훌쩍 넘는다. 15~20% 팁까지 생각하면 지갑 열기가 두렵다. 반면 K군고구마는 한 개에 2~4달러(3천~6천원)로 가성비를 자랑한다.
한 개를 먹어도 든든한 슈퍼푸드는 대안 메뉴로 손색없다. 바삭하게 그을린 껍질 속 황금빛 속살은 반전이다. 달큼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미각을 자극한다. 인공적인 소스가 흉내낼 수 없는 본연의 단맛이다. 건강을 생각해도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이 풍부한 군고구마가 햄버거보다 낫다. 포일에 돌돌 말려있는 군고구마는 손끝을 녹여주는 ‘핫팩’이 되어준다. 뉴욕의 차가운 겨울을 위로하는 따스함은 K푸드의 미덕일 테다.
정작 군고구마의 고향 한국에서는 두쫀쿠(두바이 쫀득쿠키) 열풍이 거세다. 두쫀쿠는 2024년 유행했던 두바이초콜릿에서 영감을 얻어 K디저트로 재탄생했다. 중동식 전통면 카다이프에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섞은 두바이초콜릿이 마시멜로를 녹인 쫀득쿠키와 결합했다. 개당 5천원부터 1만원을 호가해도 기분전환을 위해 흔쾌히 지불한다.
뉴욕과는 대비되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입의 사치’ 스몰럭셔리를 즐기는 MZ세대 소비자들은 SNS에 올리며 인증소비 대열에 합류한다. 두쫀쿠 원조집은 초대박 났고, 카페·디저트점과 편의점마다 품절대란이다. 심지어 헌혈의집이 증정품으로 내걸자 ‘헌혈 오픈런’ 진풍경이 펼쳐졌다. 고깃집, 초밥집, 순댓국집, 닭발집은 물론 이불집까지 판매에 나섰다. 매출 부진의 출구전략으로 삼는 자영업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렇게라도 버텨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업종 불문 ‘불나방식 경쟁’은 위생 관리와 품질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뒤탈이 날 수도 있다.
뉴욕 K군고구마나 한국 두쫀쿠 모두 고물가 시대가 낳은 이상 현상이다. 현명하고 책임있는 소비의 가치를 성찰해 볼 에피소드다. 기왕이면 K군고구마도 라면·김밥 처럼 K푸드의 성공사례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두쫀쿠도 국산 재료로 대체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이 큰 소비) K디저트로 발전시켜볼 만하다.
/강희 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