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목·핸들꺾기 의무화 불구
조치 없이 미끄러운 도로 빼곡
김포서 승합차 막다 70대 사망
22일 오전 9시께 안양시 만안구 한 노상 주차장.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 위로 차량 십수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이 있는 골목은 경사가 있었지만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핸들 바퀴를 돌려놓은 차량은 2~3대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무방비한 상태로 세워져 있었다. 1t 트럭 한 대가 바퀴 앞에 손바닥만한 돌멩이를 받쳐놨을 뿐 미끄럼을 방지하는 차량 고임목을 둔 차량 역시 한 대도 없었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의왕시의 도로 상황은 더 위험해 보였다. 차를 타고 올라갈 때 몸이 기울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골목에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골목 바로 아래 왕복 8차선 도로가 맞닿아 있어 차량이 아래로 흘러내려가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였지만, 바퀴 방향을 돌려 두거나 고임목을 끼운 차량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도로 결빙이 잦은 겨울철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인명 피해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 이달 20일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유치원 주차장 비탈길에서 25인승 버스가 미끄러지면서 차량을 몸으로 막으려던 70대 버스 기사가 숨졌다. 같은 달 21일에는 김포시 대곶면 한 물류센터 경사로에서 냉동 탑차가 미끄러지면서 50대 남성이 크게 다쳐 사망했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국회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인 이른바 ‘하준이법’을 마련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고임목을 설치, 바퀴를 길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 놓는 등 미끄럼 사고를 막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런 사고 방지책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안양시에 사는 김모(31)씨는 “경사로에 화물차처럼 큰 차량이 세워져 있으면 미끄러질까봐 주변을 피해가게 된다”면서도 “경사로에 주차할 때 바퀴를 돌려두거나 고임목을 두면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노후 차량의 경우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더라도 저절로 풀릴 수 있기 때문에 바퀴에 고임목을 끼워두는 게 좋다”며 “관련 안전 장치가 없다면 차가 미끄러지더라도 벽에 부딪혀 설 수 있도록 핸들을 최대한 돌려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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