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비스듬히 보여줘 수상”
주류 구매 손님과 검증 실랑이
경찰 출동 확인해보니 미성년
가짜 앱까지… 피해사례 급증
“CCTV에 입증돼야 처벌 면제”
“휴대폰을 살짝 비스듬히 돌려 보여줘서 수상했어요.”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강모(20대)씨는 최근 방문한 손님 2명을 수상히 여기며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가 주류를 주문하는 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이들은 ‘정부24’라고 적힌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전의 다른 신분증보다 QR코드의 크기가 조금 작고, 버튼을 누르려 하자 스마트폰을 슬쩍 피하는 모습에 강씨는 의문을 가졌다.
곧바로 모바일신분증 검증 앱을 통해 QR코드를 검사한다고 하자 이들이 거부하며 실랑이가 벌어졌고, 신고를 통해 출동한 경찰관이 확인한 결과 위조 앱을 통해 제작된 가짜 신분증이었다. 해당 신분증엔 이들의 이름과 주소는 실제 적혀 있었지만, 미성년자로 2008년생인 이들의 나이는 2005년생으로 바뀐 상태였다.
강씨는 “밤 9시 가장 바쁠 시간대여서 슬쩍 확인하고 넘어가려 했다. 처음엔 당당하게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까 폰을 돌리고 피하려고 해서 QR코드 검사까지 하려 했다. 혹여나 확인 못 하면 가게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아 성인이 된 인구가 늘어난 틈을 타고 미성년자들이 위조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해 비행하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업주들 사이에선 선의의 피해를 우려해 ‘처벌 피하는 방법’ 등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데, 신분증 위조가 중범죄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위조 신분증’, ‘신분증’ 등을 검색하면 위조 신분증을 제작해 주는 브로커의 계정이나 홍보 글이 다수 나타났다.
과거 모바일 신분증의 형태를 사진으로 제작해 주는 방식에서 최근엔 가짜 앱을 통해 정부24나 PASS 등에서 제공하는 화면과 QR코드를 거의 동일하게 위조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수법이 진화했다.
이렇다 보니, 주류를 제공하는 주점이나 담배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 업주들의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 네이버 포털의 180만명이 가입된 한 자영업자 카페에는 ‘위조된 신분증이더라도 CCTV 앞에서 확인하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신분증 검사 기기 추천해달라’는 등의 내용 게시글이 지난해부터 수십개가 게시됐다.
실제 위조·변조·도용된 신분증을 확인해 청소년임을 모르고 판매한 업주의 사정이 CCTV 등으로 입증되면 행정처분을 면제하도록 지난 2024년 3월부터 개정됐다. 특히 위조 신분증 사용이 징역형도 가능한 중범죄인 만큼, 청소년들을 향한 경각심도 요구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위조 신분증 사용은 공문서위조죄, 주민등록법 위반 등에 저촉될 수 있어 심각한 범죄다. 경각심을 갖고 사용하지 않도록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적극 홍보해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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