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족이 월 45만원 그냥 받으면…” 새 삶 꿈꾸는 김부장, 농어촌살이 고민
‘지자체 최초’ 연천군, 올 군민 年 180만원
지역화폐 지급, 식당 매출·사업체수 증가
대상지 선정후 3개월간 인구 1300여명 ↑
李대통령도 신년회견서 ‘유입 효과’ 언급
고령자·저소득층 지급 중단시 타격 우려
소모성 비판에 ‘농촌공동체 활성화’ 대안
기본소득 기반의 공동시설·축제 등 유도
연천군 “현장 조사 마무리후 연계 검토”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올해 전국으로 확대된다. 경기도에서는 연천군이 시범 사업 대상에 선정돼 청산면 주민에게만 지급되던 기본소득이 올해부터 연천군 전체 주민에 지급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연 180만원의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경기도가 지난 2022년부터 연천군 청산면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국화됐다. 연천 청산면에서의 시범사업은 높은 호응도를 얻은 바 있다. 다만, 농어촌기본소득의 확산을 위해서는 현금성 지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 순항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효과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연천 청산면과 비교지역으로 선정된 안성시 삼죽면과 비교해봤을 때, 삶의 질 및 만족도(8.9%)·생활환경 및 건강개선(10%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주민 면담조사 결과 농촌기본소득 대표적 성과를 생활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식하며, 식당 및 편의시설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청산면 사업체 수가 255개에서 279개로 늘기도 했다. 또한, 관내 소비 경향을 삼죽면과 비교해봤을 때 청산면이 18.2% 증가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전담할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국장급)을 신설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농어촌기본소득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이며, 국비 40%, 지방비 60%(도 30%, 군 30%)로 약 8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기준 연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자(4만2천281명)로, 이 중 86.7% 가량(3만6천521명)이 신청을 완료하며 높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이문무 경기도 농업정책과장은 “경기도의 작은 실험이 국가적 차원의 정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자치분권 시대의 의미 있는 성과”라며 “정부 사업이 안착될 때까지 청산면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농어촌기본소득, 인구유입 효과
사업 대상지에 선정된 이후 3개월새 연천군 전체 인구가 1천300명 이상 늘었다.
경기도와 연천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연천군엔 2천723명이 전입하고 1천267명이 전출했다. 양주, 파주, 포천, 동두천 등 인근 시·군 거주자들이 다수 군으로 전입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연천군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왔는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가 된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천군 측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입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측도 “연천군민 86% 이상이 농어촌기본소득을 신청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효과분석 연구용역’에서도 인구 유입 효과는 측정됐다.
청산면 인구는 2021년(3천895명) 대비 2024년(4천68명) 인구가 3.4% 증가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35%(2천389명→2천359명) 감소했지만 전국 생산가능인구 감소율(1.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이 대통령도 농어촌 기본소득의 이 같은 효과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인구 소멸 위험을 겪는 지역에 농어촌 기본소득을 도입했다. 지역화폐로 지급해서 동네에서 쓰게 했더니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며 “(시범사업을) 일단 2년만 한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적 정책으로 추진할 경우엔 아마 ‘한 달에 세 가족이면 45만원씩을 그냥 지원받을 수 있단 말이야’, ‘부부가 가면 기초연금에 농어촌 기본소득 더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네’ 이렇게 판단되면 나중에 지방으로 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 종료시 역효과 우려, 전문가들 ‘농촌공동체 활성화’ 제안
이러한 사회·경제적 긍정적 효과는 일부 입증됐지만, 보고서는 농촌기본소득에 대한 관리부담과 사업 종료에 따른 역효과 등을 우려했다. “특히 고령자·저소득층·다인 가구 등은 기본소득을 통해 생활이 안정된 상태인데 지급 중단 시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산면 주민들도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기문(63) 초성1리 이장은 “농촌기본소득 덕분에 가끔 외식도 할 수 있고 좋지만 근본적인 연천군 지역 활성화에 대한 걱정이 있기도 하다. 기본소득을 준다고 해도 청년들은 대도시로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안으로 농촌공동체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지역 커뮤니티 전체를 활성화해 농촌기본소득의 정책 효과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사업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이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공영주차장이나 공동 이용시설 운영 관리나 지역 축제 등 연대활동을 기획하는 공동체 조직을 꾸려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구상이다. → 그래픽 참조
연구용역에 참여한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제주 협동조합 연구원은 “기본소득이 (정책 효과성에 대해) 비판받는 지점이 아무래도 소모성 재원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하며 “그래서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끼리 공동으로 투자한 재원으로 인프라 부족이나 고령화 등 농촌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기관을 만들면 단순히 경제적 효과 뿐만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의 제안)”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천군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평가항목에) 이러한 점을 반영한다고 해서 계획서에 마을공동체 사업과의 연계 계획 등을 넣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현재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자를 접수받고 있고 이후 실거주 등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인데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연계 방안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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