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상품 찾고 수량도 맞춰야

책임문제까지 떠맡은 배달기사

플랫폼 입점 제한 없어… 불만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무인점포에 배달 기사용 자체포장 방법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6.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무인점포에 배달 기사용 자체포장 방법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6.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무인 매장은 더 늘어날텐데, 배달 기사가 포장까지 해야 합니까?”

지난 23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무인 떡집에는 ‘배달 픽업 방법’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제품을 주문 수량에 맞게 꺼낸 후 매대 아래에 있는 포장 비닐에 담아서 배달하면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품이 안 보인다면 기재돼 있는 번호로 연락해 달라’는 문구도 보였다.

밀키트(간편식) 판매점이나 무인 떡집 등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매장에도 배달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배달 기사들은 매장 직원 대신 포장 업무까지 떠맡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이 무인 떡집으로 배달 픽업을 갔다는 한모(51)씨는 “배달 어플 주문정보란에 적힌 제품을 수량에 맞게 직접 꺼내 박스 포장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한 박스당 떡 8개를 맞춰 넣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수량을 잘못 보내면 포장까지 맡은 배달 기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씨는 당시 너무 화가 나서 배달 플랫폼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배차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무인 매장 배달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은 무인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찾아 포장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라이더들의 제보를 받고 있다. 일단 무인 매장 배달 사례를 신고한 기사에게는 콜 배정을 취소해주고, 매장에 도착한 이력이 확인되면 건당 배달료 중 픽업비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한다. 1건당 3천원 배달의 경우, 이중 일부인 700원~1천원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무인 매장의 배달 플랫폼 입점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증과 영업 신고증 등 서류를 기준으로 플랫폼 입점 가능성을 판단한다”며 “무인 매장이어도 ‘즉석 식품 판매점’ 등으로만 적혀 있어 무인 매장인지, 유인 매장인지 확인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대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인천지회장은 “배달 노동자들은 본 업무가 아님에도 포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며 “피해를 입은 기사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으로는 무인 매장의 배달 플랫폼 입점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