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공의료 태동…’ 토론회
인천대에 공공의대 설립 지적도
인천의 한국인들이 서구식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던 1890년대, 인천에 영국 성공회 병원을 짓고 가난한 한국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다 요절한 닥터 랜디스(Dr. Eli Barr Landis, 1865~1898)를 기리는 기념관을 인천에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 제기됐다. 개항기 한반도 서구 의료의 시작점이자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 의료 역사의 중요 마디를 이루어 온 인천에 정부가 논의 중인 공공의대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3일 오후 대한성공회 인천 내동교회에서는 인천대학교 주최로 ‘랜디스 박사의 삶과 지역 공공의료 태동을 통해 본 공공의대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장소인 성공회 내동교회 자리는 랜디스가 지은 성누가병원이 있던 곳이다.
이 자리에서 ‘랜디스가 세계화한 한국문화와 한국 구비문학’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김창수 인하대학교 초빙교수는 “랜디스는 1890년부터 1898년까지 제물포에서 성누가병원을 세우고 의료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언어, 민속, 종교,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한 선구적 인물”이라면서 “역사와 문화를 포함한 종합적 의미에서 인천 연구의 기원은 랜디스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랜디스의 연구작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의 업적을 기릴 수 있는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랜디스기념관 설립 타당성과 방향’에 대해 발표한 유동현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랜디스가 병원을 짓고 가난한 한국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 성공회 내동교회를 중심으로 한 자유공원 일대의 근현대 문화유적 공간을 잇는 탐방 코스인 ‘랜디스 워크’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닥터 랜디스의 삶과 인천 공공의료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한 경인일보의 정진오 기자는 “개항 시기에 인천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서구식 병원을 세웠지만 그들은 한국인들은 병원에 들이지 않았다”면서 “인천의 한국인들에게 서구식 의료혜택을 처음으로 베푼 사람은 닥터 랜디스였고, 그는 가난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장티푸스에 걸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고 했다. 정 기자는 또 인천은 고려시기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서로 불리는 ‘향약구급방’을 발행한 역사적 땅이라면서 그런 곳에 있는 국립대학인 인천대학교에 공공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우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인천의료원장을 지낸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과장, 손동혁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장기용 대한성공회 인천 내동교회 신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인천에 공공의대 설립 이유가 넘친다는 점에 공감하고, 랜디스 문헌의 디지털화와 개방, 그리고 랜디스 관련 굿즈 기획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