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많은 일본, 재해관련사 통해

2차 피해 기준·지원 시스템을 정립

진행중·영향 사망 인정땐 ‘조위금’

이재민들 수용보다 거주공간 제공

 

기후보험·일상회복지원금 주목

국회, 전담주치의 신설 법안 발의도

산불 진화 헬기가 경북 영덕 오십천에서 남은 불 진화를 위한 물을 뜨고 있다. 2025.3.30 /연합뉴스
산불 진화 헬기가 경북 영덕 오십천에서 남은 불 진화를 위한 물을 뜨고 있다. 2025.3.30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산불 피해 주민들이 지난달 국회 앞에 모였다. 산불 발생 후 7개월만에 시행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산불피해특별법)’을 비판하고 ‘실질적 구제’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정항우 경북산불 피해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산불피해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주민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재건위원회 15명 중 피해주민 추천 인원은 고작 1명에 불과하다. 주민 의견이 실절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특별법을 반대했다.

산불피해특별법은 지난해 10월 시행·공포됐다. 초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거부한다.

이유는 기후재난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와 회복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불피해특별법 일부 지원 규정 중 피해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두고 있다. 심리상담 등의 지원, 의료지원 등 일부 항목만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이마저도 지원 범위·내용 등은 대통령령으로 별도 정해야 하면서 피해자 권리가 모두 ‘행정 재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특별법 안에서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도 비판의 이유다.

그간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고 일상복귀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돼도 정부는 ‘시혜적’ 태도로 피해자를 바라보고, 피해자들 역시 정부가 주는대로 지원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특히 경북산불 피해자들은 ‘피해회복의 주체자’로 회복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부와 협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3월 27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5.3.27 /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3월 27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5.3.27 /공동취재단

기후위기가 국가적 과제라면, 이로인해 발생하는 기후재난 역시 국가가 책임지고 대비하고 수습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더 나아가 기후재난의 피해는 국가의 책임이며 보상의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로도 이어진다.

기후위기가 가중될수록 기후재난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예측을 뛰어넘는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빈도는 더 잦고 피해는 더 파괴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경북 산불 피해자들처럼,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책임을 따져묻는 목소리도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더이상 구시대적이고 시혜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재난대응·지원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재난 피해자를 중심으로 인식과 시스템을 전환해야한다.

대규모 지진은 물론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경우 ‘재해관련사’를 통해 2차 피해의 기준과 지원 시스템을 정립했다. 재해관련사는 재해로 인한 즉각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재난 도중 혹은 그 이후 재난의 영향으로 사망한 사례를 말한다. 이들의 사인이 관련 위원회를 통해 재해 관련성이 인정되면 ‘재해 조위금’이 지급된다.

또 기후재난 이후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임시주거시설의 경우 국내처럼 갈곳을 잃은 이들을 ‘수용’한다는 개념보다는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공영주택, 임대형응급주택, 건설형임대주택 등을 거주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고령자를 배려한 시설과 생활지원 거점시설 등도 배치한다.

반면 국내 임시주거시설은 학교, 연수원 등과 같은 공공시설이 대부분이고 최근 대규모 산불, 지진 등으로 임시조립주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거주기간이 최대 2년에 불과하며 단열 등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2차피해를 오히려 키운다. 그나마도 일부 지자체는 시유지가 부족해 임시조립주택을 검토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수해가 발생했던 가평군에 임시조립주택 여부를 묻자, “임시조립주택은 군유지를 확보해야하고 전기나 상수도 등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기후재난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가 시행 중인 ‘경기 기후보험’과 ‘경기도 일상회복지원금’은 기후재난에 따른 2차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면에서 주목할 만 하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 관련분야 관계자및 전문가 등이 참석해 기후보험 전국민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12.1 /경기도 제공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 관련분야 관계자및 전문가 등이 참석해 기후보험 전국민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12.1 /경기도 제공

경기 기후보험은 기후재난에 취약계층의 신체적·심리적 피해가 증가할 우려가 커지자,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다. 경기도민 누구나 가입없이 보장되며 65세 이상을 비롯한 방문건강관리사업 서비스 대상자는 기후 취약계층으로 구분해 추가 보장한다. 1년 단위 사업으로 경기도 예산 34억원이 들어갔으며 온열질환, 한랭질환, 감염병 진단 시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또 자연재해 관련 사고를 당할 경우 위로금을 지급한다. 지난 22일 기준 4만 8천여명이 보장을 받았다.

경기도 일상회복지원금 역시 경기도 차원에서 기후재난 피해자들의 체계적인 복구 지원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소상공인은 최대 700만원, 철거비가 필요한 농가 또는 축산 농가는 재난지원금의 20%, 사회재난 이재민은 100만원 등의 지원금을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준다. 지난해 7월 가평군 수해현장에 처음 지급됐다.

피해범위, 지원규모가 작아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재난을 공공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일상회복을 고민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국회도 재난 피해자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4년 국회에서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장기 관리를 위해 전담 주치의 제도를 신설하고 장기 코호트 조사를 추진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렇나 내용을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재난 피해자의 신체·심리상태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장기 추적 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들의 장기적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폭염과 혹한, 폭우와 폭설. 예측할 수 없는 극한 기후가 반복되는 ‘모순’ 속에 기후위기가 곧 나의 위기임을 이제는 인정한다. 하지만 기후재난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은 ‘재난 피해자의 권리가 얼만큼 보장되고 있는지’가 기후재난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등 사회재난을 계속 지원해왔던 저희는 (기후재난에 있어선) 전문가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전문가인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게, 아무도 없어서에요. 분명히 기후위기로 인해 기후재난이 많아지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 역시 피할 수 없는 게 명백한 사실이죠. 그런데 현실은 (기후재난을) 연구하는 논문도 없고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통계나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죠. 경북 산불을 계기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고 기후재난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고 많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체계가 안 잡혀 있을 수 있구나, 피해자들은 너무나 절박하구나 같은 현실들이요. 기후재난의 출발은 재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이 예전으로 얼만큼 회복할 수 있느냐를 두고 출발해야 합니다.”

/신현정·공지영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