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다음 죽음 막아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을 맞아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27일 오전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6.1.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을 맞아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27일 오전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6.1.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4주년을 맞았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수사 지연과 낮은 형량이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분석하며 양형기준 마련과 경제 제재 강화 등을 촉구했다.

27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는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 강화 ▲조속한 양형기준 마련 ▲과징금 등 실질적 경제 제재 도입 ▲공공입찰 제한 ▲경기고용노동청의 산재·중대재해 예방대책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경기도가 전국 중대재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다, 법 적용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수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기고용노동청의 수사 인력 부족과 검찰의 기소 지연으로 사건이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며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중대재해 사건의 73%가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지연된 정의를 보여준다”며 “일반 형사 사건보다 3배 높은 무죄율, 85%를 상회하는 집행유예율은 경영 책임자들에게 ‘안전 투자보다 벌금이 싸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 법 시행 4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도 양형기준 부재와 낮은 형량, 수사 지연이 주요 지적 사항으로 언급됐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4년간 중대산업재해는 2천886건이 발생했다. 노동계는 이를 수사·기소·재판 전 과정이 지체되고 기소율이 낮으며 형량이 미미해 사업자들이 안전투자를 방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7일 오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가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을 맞아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6.1.2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7일 오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가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을 맞아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6.1.2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토론회에서 제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기소율과 형량은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대상 1천252건 중 검찰이 실제 기소한 사건은 121건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죄판결 65건 중 실형은 6건(9%)에 불과했고, 집행유예 비율은 87%였다.

평균 형량은 15.89개월이었는데,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참사(징역 15년)가 포함된 것이라 이를 제외하면 13개월에 그쳤다. 법인 벌금도 평균 1억1천200만원으로, 법정 상한액 50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수사 장기화도 문제로 꼽혔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2025) 결과 6개월 초과 지연 비율은 노동부 50%, 검찰 56.8%로 형사 범죄(경찰 14.6%·검찰 1.5%)보다 높았다. 기소까지는 평균 655일이 걸렸으며, 노동부의 검찰 기소 의견 송치 이후에도 1년을 넘긴 사건이 74%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지난해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양형기준 마련과 시행령 보완 등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삼표 사망사건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선고조차 나지 않고 있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반복적인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 4년 동안 중대재해 사고 조사에 노동자 참여는 철저하게 배제됐고 사망 원인 조사와 현장 재발 방지 대책 수립도 연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 시행 4년간 3천여 명에 가까운 참혹한 죽음이 계속됐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적 제재를 말하지만 국회는 과징금을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 양형 기준을 즉각 제정하고, 피해자 합의나 과실을 감경 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음 죽음을 막기 위한 법이라면,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국가는 누구 편에 서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