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얘기 중에 잊히지 않는 게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놓고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 담판을 벌이기 위해 국회 야외 테이블에 마주앉았던 작년 5월 8일 그는 단일화가 안 되면 ‘우리 모두 가버린다’고 했다. 무소속 상태였던 그가 대통령 선거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내민 최후 통첩이었다. 며칠 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판결을 보면서 그때 그의 얘기가 다시금 또렷하게 뇌리를 스쳤다.

김문수 후보에게 그는 “(단일화) 이거 제대로 못 해내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후보님이나 저나 우리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는 거 있죠”라고 했다. ‘바로 가버린다’는 말은, 자신이 국민의힘 후보가 돼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데 김 후보가 고집을 부려 단일화가 안 되면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게 되고 그러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이 다 법의 심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가버린다’고 할 때의 ‘가다’라는 말에는 무척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사전적 의미만 수십 가지다. 한 전 총리가 말한 그 뜻은 ‘교도소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있게 된다’거나 ‘무거운 처벌을 받아 까무러치게 된다’는 거였다. 그러니 자신이 후보가 되어야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고, 그래야만 내란 사건을 무마해 아무렇지도 않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때 그는 이미 며칠 전의 판결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12·3 내란 사태의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에 얽힌 여러 가지 의혹 사건 판결부터 윤 전 대통령을 뒤에서 도운 여러 정부 부처 책임자들의 재판 결과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재판부는 특검의 구형량보다도 한참 높은 형량을 매겼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있는 현 상황에서 위로부터의 내란이 갖는 위험성이 40여 년 전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 내란으로부터 1년 넘게 걸렸지만,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황당한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법망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모습에 울화통이 터진 적이 많았지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속된 말이라면서 내뱉은 ‘우리 모두 가버린다’는 얘기가 참말이 되어 현실화 하고 있다.

/정진오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