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이무’… 공 하나의 무게, 공감 포지션으로 그라운드 기세 UP
은퇴 전부터 심리상담 등 관련 공부 병행… 불안 분석·이해·조언
비밀보장 원칙… 젊은 선수들 뿐 아니라 베테랑·외국인도 잇따라
지난 경기 일희일비 않고 낙천적인 태도·하루 수행목표 달성 중요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좌우명으로 유명한 이 구절은 찰나의 움직임으로 승부가 나버린다는 의미로 통한다. 또 한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도 통하며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각오가 담겨있다. 야구 플레이는 투수의 투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투수의 부담감은 엄청나다.
공 하나에 삼진으로 웃을 수 있고, 홈런으로 좌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수라면 꼭 가져야 하는 역량을 꼽는다면 대부분 멘털 관리를 꼽을 것이다. 선수 출신으로서 겪어온 아픔을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하는 마음으로 후배들의 멘털을 돌보는 이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 선수 출신 1호 멘털 코디네이터, kt wiz 안영명 멘털 코치다.
■멘털이 강하지 않은 투수?
안영명 코치는 멘털 코치라는 보직에 대해 “오래전부터 꿈꿨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시절 공부랑 병행하면서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테크닉적으로도 자신이 있지만, 훌륭한 코치님들이 많고 (멘털 케어쪽으로) 방향을 선택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은퇴하기 전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한화 이글스에서 1차 지명으로 뽑히며 프로무대에 데뷔한 안영명은 2010년 잠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다가 다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화에 몸담았다.
이후 2021년 구단에서 웨이버 공시된 안영명은 이강철 kt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21년 kt로 이적해 이듬해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안 코치는 멘털이 강한 선수로 알려졌지만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멘털이 강한 투수가 아니었다”면서도 “나를 잘 다그치며 멘털을 관리했다.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는데 안타 맞고 다시 회복하는 속도가 중요한데 셀프 토크를 하면서 효과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울을 보면서 자극적인 말을 많이 했다. 현상황을 비난하고, 빨리 전환하려고 했다”며 “자극적인 단어로 멘털을 전환시키는 과정을 잘 지켰다. 심리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시절 멘털을 다스리는 방법을 학업을 통해 익힌 안 코치는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선수들의 경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조언할 수 있는 멘털 코치로 자리매김했다.
■“나와 비슷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안 코치는 선수 생활 중 군 복무 시기에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시즌엔 경기를 뛰고, 비시즌엔 심리 학회를 다니며 학업에 열중했다.
은퇴 후 멘털 코디네이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안 코치는 현재 단국대학교 체육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최근 ‘프로야구 2군 투수의 경기 불안 요인과 대처전략 분석 연구’라는 논문도 냈다.
그는 “2군 선수들이 퓨처스리그를 장악하는 경우가 있는데 1군에 오면 그런 경기를 펼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 2~3년이 반복되면 본인 스스로 2군 선수로 자각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또 아마추어 때는 굉장히 유능했다가 프로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도 곁에서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의 불안요소는 무엇인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를 위한 심층 면담을 진행했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터뷰 대상 선수가 울음을 터뜨리고, 전사 작업을 하던 노트북을 접고 상담을 진행했다”며 “일상 속에서 대화를 펼치다가 상담이 되는 과정이 자주 있는데 선수 출신이다 보니 공감대가 잘 형성됐다”고 돌아봤다.
안 코치는 고향인 천안에 거주하고 있지만 시즌이 개막하면 1군 구장이 있는 수원과 2군 구장이 있는 익산을 오가면서 상담을 진행한다. 2군 선수들은 교육과 육성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2군 선수들의 상담 비율이 좀 더 높다.
젊은 선수들만 상담하는 것이 아니다. 베테랑 선수들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상담을 요청한다. 또 일본과 미국 등 야구 선진국은 이미 예전부터 상담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외국인 선수들의 상담 요청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국 야구계에서 심리 상담이 갈 길은 멀다.
안 코치는 “15년 전에 심리지도자가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들어갔는데 5년 만에 유행이 꺼지고 10여년 동안 현장에서 반신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상담 윤리 첫 번째 원칙이 비밀보장인데 선수들이 편하게 상담했지만, 구단에서 고용한 상담사들이기 때문에 상담 결과가 문서화돼 보고돼 돌아다니게 되면서 공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kt는 안 코치를 믿고, 비밀보장의 원칙을 지켜주고 있다.
그는 “나도현 단장님과 이강철 감독님이 맡겨주시고 (문서화·보고에 대해서) 자유롭게 해주셔서 선수들이 상담하기 편한 부분이 있다”며 “은퇴 선수들에게도 이런 공부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선수출신이 하기에 너무 좋은 일이다. 다 경험했던 일이고 같이 운동했던 선배의 입장으로 얘기하니 공감대 형성이 잘된다”고 설명했다.
■흔들리기 쉬운 멘털을 잡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하던 팀의 한 젊은 마무리 투수는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홈런을 맞거나 실점하면서 멘털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안 코치는 그럴 때일수록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코치는 “누구나 힘든 상황은 충분히 온다. 그럴 때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저는 선수들에게 절대 일희일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많이 강조하는데, 지난 경기의 감정을 오늘까지 가져오는 선수들이 많다. 한화에서 좋은 유산으로 배웠던 것 중에 하나가 낙천성이다. 본인 때문에 오늘 경기를 졌다고 해도 ‘어제는 나 때문에 이겼잖아’라며 태연하게 여기는 자세가 젊은 선수들에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안 코치는 수행목표 설정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피력했다.안 코치는 “kt 선수단의 가장 큰 장점은 집단 응집력이 가장 좋은 것이다. 한 두 명이 분위기를 해치기 보다는 모범적인 선수들이 많다”며 “내가 멘털 코치로 하는 일은 엄청난 그라운드의 심리 스킬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수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많이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밥을 몇 공기를 먹고, 웨이트는 어떻게 하고, 하루하루의 수행 루틴이 멘털에 큰 도움이 된다. 소형준과 고영표한테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안현민도 수행 루틴이 많은 선수다.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 본인들의 수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수행하는 루틴에 경기가 포함된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나 중고참 선수들이 이런 모습을 배우고 루틴화 된다면 곧 또 한 번의 매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안 코치는 “지금까지 kt에서 상담한 횟수를 따져보니 1천200회가 넘는다. 올해 1천500회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박사학위 졸업도 앞두고 있는데 강단에 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접근성 있게 가르치고 싶어서 배웠다. 언젠가 현장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눈앞에 집중해서 이론적으로 많이 습득하려고 한다”며 “장기적으로 큰 목표로 팜 디렉터에 관심이 많다. kt로 이적한 김현수도 연습생에서 대단한 선수가 됐는데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이런 쪽으로도 선수출신 1호가 되도록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영명 kt wiz 멘털 코치는
▲한화 이글스 투수(2003~2010)
▲KIA 타이거즈 투수(2010)
▲한화 이글스 투수(2011~2020)
▲kt wiz 투수(2021~2022)
▲kt wiz 멘털 코치(2023~)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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