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주택공급대책으로 과천시가 소란스럽다. 정부가 과천 경마장 부지에 주택 9천800호를 짓기로 했다. 새 정부의 첫 6만호 주택공급계획의 16% 규모다. 과천시가 졸지에 폭탄을 맞았다. 한 해 시 예산의 10%에 달하는 경마장 세수 500억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계획된 과천·주암지구도 벅찬 도시 인프라로 경마장지구까지 감당할 처지가 된 것이다. 과천시와 시민의 반대 여론은 엄살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도권 공공 부지를 쥐어짜 만든 대책을 정부가 철회할 리 없다.
예산의 10%를 내던 세원의 증발은 자치단체에게 재앙이다. 1989년 경마장 건설 이후 마권세(레저세)는 과천시를 떠받쳐 온 알짜 세원이었다. 경마장이 해마다 황금알을 낳아준 덕분에 과천시는 살기좋은 도시 순위에서 항상 윗자리를 차지했다. 경마장 주택공급 부지 선정 한방으로 과천시는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처지가 됐다.
과천시의 경마장처럼,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보유한 자치단체들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방소득세를 납부하는 도시들이 대표적이다. 2021년 5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2022년 지방소득세로 수원시에 2천141억원, 용인시에 940억원, 화성시에 2천700억원, 평택시에 1천470억원을 납부했다. 연간 예산이 3조원대인 100만 도시 수원, 화성, 용인시도 없으면 큰 일 날 세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에 콜록대며 2024년 지방소득세를 한 푼도 못 내자, 네 도시는 앓는 소리를 내며 드러누웠다. SK하이닉스가 납부하는 지방소득세에 따라 재정이 해마다 출렁이는 이천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43조원, SK하이닉스가 4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단다. 최근 3년간 감소세였던 지방소득세가 2022년 수준으로 늘어날 테고, 두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원까지 보는 전망이 나오니 반도체 도시들은 신이 날 테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원히 도시를 위해 황금알을 낳아줄는지, 어디로 도망갈 거위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삼성과 SK를 향해 우리에게 알 낳아달라 애걸복걸하는 국내외 도시들과 나라들이 줄을 섰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손가락 빨며 널뛰듯 날려버릴 돈이 아니다. 특별회계나 기금으로 누적해 삼성과 SK를 울타리에 가둘 도시 인프라 확장에 크게 크게 써야 한다. 하루아침에 경마장을 내준 채 인구만 떠안게 된 과천시를 보며 든 생각이다.
/윤인수 주필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