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 후보자들의 책들 중

지지자를 향한 열기만 있거나

불법 정치자금 ‘악취’ 나기도

진정한 정책의 향기 구별해야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학의 강의계획서에는 교재를 의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에 교과서를 들고 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교수가 제공하는 강의 PPT나 e-book에 익숙한 세대에게 종이책은 낯설다. 전문 서적을 출판하려면 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세상. 대학 교과서조차 팔리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곳곳에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알림이 넘쳐난다. 출판된 책에 담긴 내용도 다양하다. 좋은 정책도 있고, 올바른 신념도 있다. 향기가 넘쳐나는 책이다. 하지만 후보자가 이해하고 직접 작성했는지 의심되는 책도 있다. 악취는 아니어도 종이를 만드는 나무에 미안하다.

꽃은 같은 시기에 피더라도 모든 꽃이 향기를 내는 것은 아니다. 왜 어떤 식물은 꽃향기가 나고 어떤 식물은 향기가 없을까. 식물은 무엇을 위해 향기를 내는가. 마쓰이(松井健二) 교수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약 400종류의 후각 수용체가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꽃의 역할은 열매나 씨앗을 만들어 같은 종을 늘리는 데 있다. 꽃의 색과 향기는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자를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적 도구인 셈이다. 6·3 지방선거 후보자 출판기념회를 보면서 꽃의 향기를 생각한다. 꽃에 비춰보면 선거에서 후보자의 역할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지방자치의 실천에 있다.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은 시민의 삶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자 시민을 향한 향기인 셈이다.

그런데 향기가 나지 않는 식물도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세상에는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냄새나 향기가 있다고 한다. 마쓰이 교수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 식물은 향을 내지만 사람은 느낄 수 없다. 식물이 내는 향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꽃의 향은 곤충이 감지할 수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둘째, 식물의 육종 과정에서 향기가 버려졌을 가능성이다. 색에 집중하느라 향기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물이 내는 향기가 모두 매혹적인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 악취로 느껴지는 향을 내는 식물도 있다. 희귀식물 시체꽃(titan arum)은 매개자를 유인하기 위해 동물이 썩는 것과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에게는 악취지만, 그런 썩은 냄새를 좋아하는 파리가 있다. 악취를 내는 꽃도 그 냄새로 자신에게 맞는 꽃가루 매개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진화론자 다윈은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다. 가장 똑똑한 동물도 아니다. 오직 변화할 수 있는 생물이다’라고 했다. 우리 눈에는 향기가 보이지 않지만, 자연계에서는 식물이 내는 다양한 향기 정보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향기는 곤충뿐 아니라 식물 간에도 공유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 압도적인 생산성으로 동물의 영양과 생존을 책임진다.

후보자가 식물의 광합성과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자인지. 시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지. 지역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면 부의 양극화, 성별과 세대 간 갈등, 사교육과 교육 격차, AI와 직업 소멸, 저출산과 사회재편, 로봇세와 기본소득 등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햇빛 연금과 해상 풍력, 주거와 도시재생, 다문화와 외국인, 대중교통과 신호체계, 1인 가구 축소와 가족공동체의 부활에도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후보자의 책에서 좋은 향기가 나야만 하는 이유다. 지지자를 향한 열기는 있으나 시민을 향한 향기가 없는 출판기념회라면 시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책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출판기념회를 불법 정치자금의 창구로 악용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 선거를 위협하는 악취일 뿐이다. 선거제도도 지방자치도 AI 시대에 걸맞게 변화할 때가 되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운동과 정치자금이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책은 잘못이 없다. 출판기념회도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책에서 나는 것이 진정한 정책의 향기인지 아니면 눈속임을 위한 악취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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