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리 타는 사람들
日여행 자제 분위기 여행객 증가
항공편보다 저렴·1박 가능 장점
골프·자전거·반려동물 승객 다수
이재명 정부 들어 그간 경색됐던 한중 관계에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2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해빙 무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부침이 심한 한중 관계 속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두 나라 교류의 끈을 이어준 수단이 한중카페리다. 한중 수교(1992년) 이전부터 인천항과 중국을 이어온 한중카페리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현재는 두 나라 간 문화·경제·관광 등 다양한 분야 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보따리상(따이궁)이 주로 이용했던 한중카페리를 타는 사람들도 이 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릿지 5’호에 올랐다. 이 선박은 인천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를 오가는 한중카페리로, 이날 411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항에서 출항했다.
오후 6시40분 뉴골든브릿지5호가 출항하자 갑판은 하나의 움직이는 ‘포토존’으로 변했다. 이날 선박에 오른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은 인천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항해하지만, 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 때문에 한중카페리에 오르는 단체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이날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고 배에 오른 왕씬(42)씨는 “중국 50~60대들은 좁은 좌석에만 있어야 하는 비행기보다 훨씬 자유로운 환경에서 여행할 수 있는 한중카페리 여행 상품을 선호한다”며 “최근 중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한중카페리에 관심을 보이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광객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성수(54)씨는 친구와 함께 배에 올랐다가 한 방을 쓰는 다른 3명과도 친구가 됐다고 했다. 그는 “좁은 비행기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지인들과 함께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게 배 여행의 장점”이라며 “선박 내에 편의점과 노래방도 있어 즐기면서 갈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선내에서 만난 프랑스 국적의 로이크(32), 매리(28)씨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로이크씨는 “자전거를 화물칸에 싣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손보면서 갈 수 있어 일본에서도 배를 타고 한국으로 왔고, 지금도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보따리상이 절반 이상 차지하던 한중카페리 승객도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만 아니라 ‘K-POP’(케이 팝)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 젊은이들도 한중 카페리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항공편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배에서 1박을 할 수 있어 호텔 숙박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는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K-POP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많은 수하물을 실을 수 있어 골프나 자전거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물론 반려동물과 객실을 이용하려는 승객들도 많이 탑승한다는 게 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동항운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한중카페리가 양국의 여러 분야 교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승객들이 다양해져 이에 맞는 상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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