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리 타는 사람들
화교들 인천~웨이하이 직항 이용
고향 간김에 소규모 상품들 장사
“한해동안 혼자 100만 달러 매출”
팬데믹이후 세관 단속 강화 급감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 이전인 1990년 9월15일 인천항에서 처음 운항을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뱃길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1949년 이후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해방 이후 최초의 여객 직항로인 인천~웨이하이 카페리 항로를 시작으로, 현재는 인천에서 10개, 평택 5개, 군산 1개 등 총 16개 노선이 운항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뱃길이 열린 지 36년이 지나면서 배를 타는 승객들도 크게 변화했다. 초창기에는 고향(중국)을 찾는 인천 거주 화교들이 주로 이용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명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소무역상들이 주요 승객이었다. 최근에는 직업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목적을 가진 승객들이 배에 오른다.
■ 한중카페리 초창기 주요 승객은 화교
한중카페리가 운항을 시작하기 이전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은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홍콩이나 마카오, 일본 등을 거쳐야만 중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중국에 살고 있던 조선족들 역시 비슷한 경로를 통해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1990년 한중카페리 항로가 개설되면서 고향 땅을 밟으려는 화교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산둥성 출신이 많은 인천 지역 화교들에게는 인천에서 웨이하이로 가는 한중카페리 노선이 고향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화교, 조선족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중국과 한국에서 구입한 소규모 상품들을 파는 보따리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창기 한중카페리 보따리상들은 중국인이 많았다. 인천화교협회 주희풍 부회장은 “고향에 방문한 김에 중국에선 귀한 약재나 참기름, 깨 등 농산물을 사 들고 와 한국 시장에 내다 팔았다”며 “중국으로 갈 때에는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청바지나 화장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 IMF가 불러온 보따리상 전성시대
중국인 위주였던 보따리상은 IMF를 기점으로 한국인 보따리상까지 가세하면서 한중카페리의 주요 승객이 됐다. IMF 사태로 직업을 잃은 이들이 중국 보따리상들이 많은 돈을 번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한국인 비율도 늘어난 것이다.
1995년부터 보따리상을 해왔다는 이상윤(72)씨는 “나도 건설회사를 운영하다가 부도가 나면서 보따리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며 “한중카페리 선사에서 보따리상협회에 소속된 사람에게 먼저 승선권을 배부해줬기 때문에 협회에 들어오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200~300명 정도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보따리상들이 들고 다니는 품목들은 매우 다양했다고 한다.
농산물이나 약재뿐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단, 우리나라 담배, 술, 의류, 화장품 등이 보따리상들의 주요 화물이었다. 심지어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 샘플까지 보따리상들이 운반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한 해 동안 혼자서 올린 매출이 100만 달러가 넘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뱃삯을 빼고서도 넉넉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호황기였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변화된 한중카페리 승객들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중국 세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보따리상의 수익은 급격히 감소했다. 또 코로나19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사람도 크게 늘었다. 현재 인천~웨이하이 항로에서 보따리상을 하는 한국인은 이상윤씨 1명에 불과하다.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10개 항로를 모두 합쳐도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중카페리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한중카페리 전체 승객의 68%를 차지했던 보따리상 비율은 지난해 40%까지 감소했다. 현재 그 빈자리는 단체관광객 등 다양한 목적으로 중국을 오가는 이들이 채우고 있다. 2019년 39.6%에 불과했던 단체 관광객 비율은 지난해 48.5%까지 높아졌다.
한중카페리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여객 수송 실적이 76만7천여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한·중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도 예상하고 있어 탑승객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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