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일정 금액을 약정한 후 통장에서 꼬박꼬박 자동이체되는 기부는 어느새 기부자를 무감하게 만든다. 신뢰를 기반으로 맺은 약속이지만, 메아리가 없으면 참여 의지가 식을 수밖에 없다. 기부의 선한 동기는 흐릿해지고, 결국 연말정산용 형식적 기부로 퇴색된다. ‘기부자님 감사합니다’ 기부단체로부터 날아오는 한 줄의 문자로는 뭔가 허전하다. 이제 누군가의 권유에 의한 헌신은 사양한다. 관계와 신뢰의 지속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기부자는 ‘의무 결제’가 아닌 ‘경험과 공감’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기부의 의미를 완성하길 원한다.
기부 행위는 개인의 인식이 축적되면서 확장된다. 사회적 재난이나 캠페인에 일회성으로 반응하는 리트머스형 기부가 그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단체는 믿을만한가’ 검증해보는 일종의 실험적 참여다. 단순한 금전 지출을 넘어, 성취감과 만족감이 중요하다. 자신의 기부가 사회에 작은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게 되면, 가치 있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안도한다. 신뢰가 쌓이면서 적극적인 체험형 기부나 구독·약정형 기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부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기부 키오스크가 창구 역할을 한다. 시청이나 구청, 쇼핑몰, 축제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2023년 12월 안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이후, 수원·하남·양주·오산·안성·용인·포천·안양·고양 등 곳곳으로 전파됐다. 인천 지자체 중에서는 연수구가 지난해 6월 처음 도입했다. 기업은 그보다 앞서 걸음을 뗐다. 삼성은 2015년 도입해 올해로 11년째다. 국내외 23개 계열사 구내식당에 비치된 150여대의 나눔 키오스크에서 10년간 모아진 기부금은 자그마치 112억원이다. 1회당 기부액이 1천원이니 1천120만번의 사원증 태그 릴레이가 이룬 상생이다.
기부 키오스크 앞에서는 무거운 각오가 필요 없다. 등본을 떼다가도, 쇼핑을 하다가도 마음이 움직이면, 바로 행동할 수 있다. 지갑에 현금이 없어도 괜찮다. 음식 주문하듯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앱으로 소액 기부하면 된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인증사진과 기부증서도 바로 전송해준다. 어린이들이 기부 키오스크를 체험한다면 ‘나눔의 가치’를 배우는 즐거운 놀이가 될 테다. 기부는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증명이다. 언제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기적을 만들어왔다.
/강희 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