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기록 발급 의무 없다”… 여전히 생명체 아닌 ‘재산’ 취급

법적 검토 핵심증거 확보 못할 땐

수술 이후 숨져도 구제 방법 없어

의료 분쟁 늘지만 관련 제도 미비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격히 늘며 동물병원과 겪는 의료 분쟁이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내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다. 2026.1.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격히 늘며 동물병원과 겪는 의료 분쟁이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내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다. 2026.1.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했다는 이유로 저는 피해자가 됐어요.”

박모씨는 지난해 10월 한 동물병원의 A 수의사가 오진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려 했지만 포기했다.

박씨의 반려묘 ‘냥이’에 대해 수의사가 12세 이상의 노묘라는 고려 없이 무리하게 대수술을 진행해 수술 후 3일 만에 죽게 했다는 주장이다.

큰 슬픔에 빠진 박씨는 소비자보호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려 했고, 관련 증거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병원 측에 진료기록부를 요구했지만, “제공 의무가 없다”며 거절당했다.

두달 넘게 변호사까지 찾아가며 소송도 고려했다. 주변인들로부터 “유난스럽다”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가족처럼 생각한 냥이의 죽음이 본인의 책임 같아 어떻게든 사고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여러 번의 법적 검토에도 핵심적인 증거인 진료기록이 없으면 입증이 안 돼서 승소할 수 없다는 상담을 듣게 됐고, 박씨는 소송을 포기하게 됐다.

박씨는 “사람은 환자가 진료기록을 원하면 무조건 발급해 주지만, 동물병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복해 거절했다”며 “어떠한 의료행위가 진행됐고, 왜 죽었는지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동물이 아직도 생명이 아닌 재산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격히 늘며 동물병원과 겪는 의료 분쟁이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려인들은 수의사의 진료기록 제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의료법의 경우 병원이 진료기록이나 사본, 진료 경과에 대한 소견 등을 요청받았을 때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그 요청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수의사는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동물이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하며 여기서 동물은 유체물에 해당한다.

이에 의료사고 의심 등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아닌 한국소비자원에 구제를 신청하거나 별도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마저도 앞선 박씨처럼 유력 증거인 진료기록이 없으면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동물병원 관련 의료 분쟁 등의 민원은 매년 300~400건 접수되고 있지만, 대상에 포함돼 절차가 진행된 경우는 지난 2024년 16건, 2023년 11건, 2022년 20건으로 1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