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천中 219명 ‘기쁨의 졸업식’

각기 다른 사연 속 오랜 꿈 이뤄

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중학교 졸업식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늦깎이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중학교 졸업식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늦깎이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는데 오늘 오랜 꿈을 이뤘습니다.”

3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만학도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한복이나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졸업생들은 꽃다발을 들고 자녀와 손주, 친구들과 졸업의 기쁨을 나눴다.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어린 나이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성인들을 위한 학교다. 이날 중학생 219명이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4일에는 고등학교 졸업생 285명을 위한 졸업식이 열린다. 남인천중·고등학교는 개교 이래 이번 졸업생까지 총 1만7천444명을 배출했다.

뒤늦게 학업의 길에 들어선 만학도들의 사연은 각기 달랐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은 모두 한결같았다.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선생님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크게 읽어주시며 정성껏 가르쳐주신 덕분에 졸업까지 할 수 있었어요.” 졸업생 중 최고령자인 이금순(88·인천 미추홀구)씨는 당시 국민학교에 다닐 때 6·25전쟁이 발발해 학업을 멈춰야 했다. 결혼한 뒤에는 남편을 도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자녀를 키우며 청춘을 보냈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그가 깨어난 뒤 내뱉은 첫 마디는 “나 학교 가야 해”였다고 한다.

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중학교 졸업식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늦깎이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중학교 졸업식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늦깎이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베트남 국적의 또리낌리엔(43·인천 미추홀구)은 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들을 위해 남인천중·고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그는 “아이의 학교 숙제를 도와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 수학 등 교과목도 공부해야 했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집안일을 끝내고 가족이 잠든 밤이 되어야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또리낌리엔의 최종 목표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한다.

8남매 중 다섯째, 일곱째 딸로 태어난 강춘자(70·인천 남동구), 강경숙(65·인천 남동구)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해 가세가 기울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자매는 배우자들이 같은 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마음의 병을 앓았다고 한다. 언니 춘자씨가 유방암 판정까지 받게 되자 동생 경숙씨는 “학교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며 언니를 설득했다. 춘자씨는 “남편을 멀리 떠나보내고 항암 치료까지 시작하며 많이 힘들었지만, 동생과 학교에 다니며 활기를 되찾았고 병세도 크게 호전됐다”고 했다. 이어 “동생과 서로 의지하며 학업을 이어간 덕분에 졸업까지 할 수 있었다. 동생과 함께 고등학교도 진학하기로 했다”며 경숙씨의 어깨를 토닥였다.

윤국진 교장은 “일과 가정, 건강을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도 책을 놓지 않은 졸업생들이 자랑스럽다”며 “배움의 끈을 놓지 말고 다음 단계인 고등학교의 문도 두드려달라”고 당부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