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침공 등 미국판 아편전쟁 계속
마약 무관한 덴마크 영토 그린란드도 넘봐
‘MAGA’ 또 다른 백인제국 선언으로 읽혀
미국판 아편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조직범죄와 마약루트 차단을 명분으로 1989년 12월20일 중미(中美)의 소국 파나마에 미군 2만4천명을 투입해 권력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끌어내린데 이어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침공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카리브해에서 선박 23척을 공습해 87명을 살해하고 올해 1월3일 새벽 1시에는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과 특수부대를 동원해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것이다.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한 이유는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불법무기 소지 공모 등의 혐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생산 및 경유지로 지목해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미국 내 마약 유입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볼 근거가 많지 않다.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펜타닐은 중국산 전구체를 멕시코에서 가공한 뒤 미국에 밀매하는 구조이다. 코카인 역시 대부분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유입된다. 해상을 통해 코카인을 미국으로 직접 밀반입하는 나라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파나마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계속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좌파 정부 축출 및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중국에 맞선 미국의 패권 강화와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노린 것으로 해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네 번째 석유 공급국이다. 30여 년 전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한 것도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약 82㎞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 회복과 중남미 지역에 대한 통제권 확보가 주목적이었다.
이번에는 미국이 마약과는 무관한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넘보고 있다. 그린란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 텍사스의 3배 면적에 인구 5만7천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섬인데 개발되지 않은 원유와 가스, 희토류 등 막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다. 미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가는 최단 항로에 위치한 그린란드를 미국이 장악하면 중국의 북극 실크로드와 러시아의 핵잠수함의 동시 차단이 가능해 전략적 가치도 매우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고 있다”며 그린란드 통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 750여 개의 군사기지를 배치해 세계의 정치·경제·안보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오늘날 서양문명이 지구촌의 보편적인 문명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제국주의가 일등 공신이었다. 제국주의란 강력한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 민족을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지배하거나 영토를 확장하려는 정책과 사상을 뜻한다. 제국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종종 출현했지만 서양처럼 집요하고 지속적인 경우는 없었다. 서양문명은 탄생부터 제국주의와 함께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이 상징적인데 제국주의가 다시 주목된 것은 15·16세기 대항해시대부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등이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자원을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와 호주에는 원주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유럽보다 땅덩이가 훨씬 더 큰 대륙국가들을 세웠다.
서양문명의 중심인 백인들이 주목된다. 리처드 다이어 영국 킹스 칼리지대학 영화학과 교수는 제국주의와 백인종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주장한다. 백인 남성의 강건한 체력과 활력, 통찰력과 성취욕 등에 기인한 ‘백인정신’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는 능력과 관련된 ‘진취성’으로 규정했는데 진취성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존 하지는 진취성을 서구문화의 중심적 가치로 규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를 ‘전쟁부’로 변경하고 유색인 위주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을 펼치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는 아리안 민족에 의한 세계제국 건설을 위해 나치즘을 표방했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또 다른 백인제국 건설 선언으로 읽혀진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