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장에 의존하는 동물의료를 둘러싸고 반려인과 동물병원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진료비 책정 표준기준이 없어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서다. 진료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불어나면서 반려인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동물병원은 업계 내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진료비를 책정한다지만, 강제성이 없이 유명무실하다. 반려인들이 진료에 앞서 비용 부터 걱정하는 이유다. 진료장비나 병원의 규모, 인력에 따라 진료비는 제각각이다. 초기 비용 안내를 받더라도 동물 상태에 따라 진료비는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스케일링 초기 검사비는 용인 A병원 55만원, 일산 B병원 13만원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추가 비용이 붙는 체중 기준과 가격 또한 들쭉날쭉이다. B병원은 10㎏ 이상~20㎏ 미만은 모두 5만원이지만, 화성 동탄의 C병원은 5㎏ 이상 5만원부터 40㎏~45㎏ 대형견은 51만원까지 가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인들이 처방 없이 약을 구입하고, 이로 인한 약물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수의사들 역시 불만이 적지 않다. 반려동물 진료는 반려인의 증상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표준진료비가 없으니 비용을 추가하면 과잉진료 의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각한 경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살해 협박까지 받는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수의사와 반려인 간 갈등은 의료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통상 인간 의료는 소송에 앞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거친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데 관련 접수민원이 연 300~400건에 달하지만, 절차가 진행된 경우는 10%도 안 된다. 동물병원에 진료기록 제공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소재를 규명할 핵심증거인 진료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장례비 지급 수준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 공백에 방치된 동물의료 문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반려동물의 법적 권리는 재산으로 취급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민법 98조 2항의 신설개정안은 2021년 발의됐지만 5년째 국회 계류 중이다. 반려인 1천500만명 시대, 현실성이 결여된 제도는 각종 부작용만 야기한다. 진료비 표준기준 마련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아울러 과잉 진료와 임의 자가치료를 예방하기 위해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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