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김연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고점을 갈아치우면서 증권시장이 온통 장밋빛이다. 전에 없던 신조어들의 탄생이 이를 반증한다. 이른바 ‘오천피(코스피 5천)’, ‘천스닥(코스닥 1천)’ 같은 새 기록을 찬양하는 표현은 물론, ‘백만닉스(하이닉스 100만원)’, ‘20만전자(삼성전자 20만원)’ 같은 열망적 단어도 넘쳐난다.

반도체 신화와 AI 열풍이 만들어낸 지금의 축제는 분명 눈부시다. 하지만 그 이면은 섬뜩하다. 축제의 자금이 노동의 결실이 아니라, 미래를 저당 잡힌 ‘빚’으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달 29일 기준 30조원을 넘어섰다. ‘지금 올라타지 못하면 영영 낙오된다’는 공포 섞인 투기 심리가 대출 문턱을 헐게 만든다. 금융당국이 연일 경고음을 내지만, ‘대박’ 환상에 젖은 이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광기에 취한 시장은 예외 없이 ‘개미’라 불리는 이들의 피눈물로 막을 내렸다. 40~50대 연령, 이 시대 가장들은 그 ‘광기’가 남긴 상처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를 교실에서 지켜봤고, 리먼 사태를 사무실에서 겪었으며, 팬데믹을 가장의 무게로 버텨낸 세대다.

불과 몇 년 전인 2020년에는 팬데믹이 불러온 초저금리 시대에 ‘동학개미’라는 이름으로 전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당시 ‘불장’이 되어버린 주식시장은 꿈같은 천국을 안겨줄 줄 알았다. 하지만 빚을 내어 올라탄 이들이 마주한 것은 장기 우상향의 달콤함이 아니라, 단기 폭락의 파고였다.

시장이 결코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다. 그래프에 큰 굴곡이 질 때면 빚에 의존한 투자는 가장 먼저 절벽 아래로 등 떠밀린다. 축제는 언젠가 끝난다. 지금 분명히 할 원칙은 하나다. 투자는 인생을 거는 도박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김연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