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에도… 불씨 품은 ‘5층 이하 공장 제외’
불 탄 R동 4층 규모, 의무 대상 아냐
특수가연물 취급시만 층수규정 없어
“공사 비용 절감하려 낮게 지을수도”
초기 진화 핵심시설… “제도 개선을”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 화재(2월3일 인터넷판)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초기 진압의 핵심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아리셀 참사 현장과 마찬가지로 관련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인데, 대형 공장에서 커지는 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시흥소방서에 따르면 SPC 삼립 시흥공장 중 불이 난 R동 건물은 ‘공장’ 용도로 지난 2020년 2월12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공장은 지하 1층, 지상 4층, 1개동, 연면적 7천1천73㎡ 규모로 지어졌다.
이런 공장 규모에도 현행법에 따라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은 통상 층수가 6층 이상이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종합병원 등의 의료시설과 숙박시설 등은 더 강한 규정을 적용해 바닥면적의 합계가 600㎡ 이상만 넘어도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판매시설, 운수시설 및 창고시설도 면적이 5천㎡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때 모든 층에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공장 건물은 특수가연물을 저장·취급하는 수량이 매우 많거나(특정 기준의 1천 배 이상)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의 저장시설 중 소화수를 처리하는 설비가 있을 경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6층 제한 없이 의무 대상이 적용된다.
SPC 삼립 시화공장은 화재 당시 60여명이 대피할 정도로 근무자의 이동이 많고 오븐 등 가열성 생산 공정도 많지만, 이런 특성은 규제에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이날 경찰과 소방 당국이 2시간가량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최초 발화점은 3층의 빵을 만드는 기계 부근으로 추정됐다.
2024년 23명의 사망자를 내며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화성 아리셀 공장도 같은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 아리셀 공장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리튬 배터리를 생산·보관했지만 일반 제조 공장으로 분류돼 일반 공장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았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숙박시설 등은 야간에 발생하는 불과 피해 우려로 스프링클러 규정이 많이 강화됐다. 반면 공장은 워낙 많고 개별 특성도 달라 그에 비해 규제가 덜 엄격한 상태”라며 “문제는 노후화된 공장일수록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신축 공장을 지을 때, 이같이 공장의 층수 등 규모로 규제되는 사항을 알고 공사비 절감을 위해 그 범위 밑으로 짓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안전의 관점에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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