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사망자 ‘재하청 계약직’
건설업계 ‘최저가 낙찰’ 개선 지적
현장 노동자 1명이 숨진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공사에서 다단계 하도급(2월5일자 7면 보도)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업계에선 법 테두리 안에 있는 재하도급이라도 위험 수위는 불법 현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수원시 팔달구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공사에서 사망한 50대 남성 A씨는 재하도급 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노동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국가철도공단은 HJ중공업에 공사 발주를 맡긴 뒤, 원청인 HJ중공업이 B건설에 통합 정거장 건설 하도급을 줬고, B건설은 차수 전문 업체인 C건설에 재하도급을 맡겼다.
안전 사고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전형이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다. 현행법은 원칙적으로 한 차례 하도급만 허용하고 있으나 일부 공사는 재하도급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특허가 있는 공사, 면허가 필요한 공사 등 전문 업체만 할 수 있는 공사는 하도급 업체가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A씨가 속한 C건설은 이 같은 전문 공사를 수행하는 회사였다.
문제는 법이 허용한 하도급이라는 점이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현장의 위험 수위는 합법과 불법을 가릴 것 없이 똑같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25년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노동자는 “원청의 승인을 받은 합법 재하도급이라면 현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재하청 업체에서는 업체 소속 직원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재재하청을 주고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법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도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팀에게 싼값에 일괄 하도를 준다는 것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재하청 일감을 받으면 이를 수행할 만한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팀을 구한다”며 “공사는 전부 이들이 맡아서 하니까 사실상 하도급을 맡기고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공정이 불법 재하청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특허나 전문 공법을 가진 회사더라도 업계의 ‘최저가 입찰’을 피해갈 순 없어서다. 최저가를 제시한 회사에 공사를 맡기는 관행 탓에 하도급을 거칠수록 입찰 금액이 줄어들고, 가장 아래 있는 하청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불법 재하청에 손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교수는 “현장에선 일용직 노동자에게 프로젝트처럼 일감을 맡기는 관행 없이는 공사를 마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지 않도록 양지로 끌어올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며 “근본적으로는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하도급을 거칠수록 이윤이 줄어들게 하는 건설 업계의 최저가 낙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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