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깨끗한 옷 고르기 200명 줄서
삼각 협업,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800만원 수익 16개교 배분 선순환
입춘이 막 지난 6일 오전 8시30분.
아직 구리시청 대강당 문이 열리기 1시간 30분 전임에도 패딩점퍼로 무장한 부모들의 줄은 200명을넘어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구리알뜰교복은행’의 교복판매행사에서 더 깨끗한 옷을 골라잡기 위함이다.
이같은 오픈런은 구리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12년차에 접어든 교복판매행사는 학부모 사이에 잘 알려진 이벤트다. 이미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학부모도, 이번에 여중에 진학하는 학부모도 모두 빨아입힐 여벌의 교복은 이 행사에서 마련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A씨는 생활복, 체육복 상하 등 10여벌을 잔뜩 집었다. ‘자녀가 둘이냐’는 질문에, 그는 “장자중 신입생 남자아이 1명”이라면서 “교복 체육복 등을 한 벌씩 새로 주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빨아 입힐 옷을 새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워 이곳에서 장만한다”고 설명했다.
넥타이, 바지, 치마, 생활복, 자켓 등 최소 1천원부터 최대 6천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사실 이 비용은 드라이크리닝 값도 못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구리알뜰교복은행 김은정 대표는 직전 행사의 경우 세탁비가 900만원 들었다고 했다. 지난 행사의 수익금은 84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제 값을 주고 한 것은 아니다. 구리시 인창동 소재 월드크리닝이 기부차원에서 몇년 째 같은 값에 세탁을 도맡아주고 있는 덕분이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교복 사업이 교육청 사업이기는 하지만, 구리 지역이 특히 교육지원청-학부모회-지자체 삼각 구도의 협업이 안착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졸업생들로부터 옷을 거둬, 교복은행 위원들의 검수를 거쳐 세탁 후 행사장에 진열된다. 전 비용은 교육청의 사업예산으로 운영된다. 이 사업 전반을 구리알뜰교복은행이 관리한다. 교복은행은 각 학교 학부모위원 18명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다. 행사 운영에도 학부모 자원봉사자 40여명이 참여한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 사업 성공의 핵심인 셈이다.
학교 차원의 참여도 돋보인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졸업 후 교복을 걷는 방식은 참여가 떨어져, 졸업식날 교복을 걷기 위해 학교에 ‘졸업가운’을 입자고 제안했고, 이를 수용한 학교가 16곳 중 11곳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졸업식날 대부분의 교복을 수거한다. 여기에 더해 교내에 옷 수거함을 설치하니 ‘교복 재활용’에 대한 시각적 전달효과까지 생겨, 이번 행사에는 지난 행사에 비해 700여벌이 더 걷힌 5천900여벌을 행사장에 내놨다고 덧붙였다.
교복 판매로 모은 현금은 교복 판매량만큼 각 학교로 배분된다. 지난해 840만원이 16개교로 돌아갔고,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판매한 금액 1천만원도 마찬가지로 배분된다. 김 대표는 현금으로 옷값을 계산할 때 학교를 확인하기에 각 학부모의 협조만큼 학생들에게 쓰일 장학금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복 재사용은 학생과 지역사회에 나눔과 자원재활용의 가치를 전함은 물론 지역공동체를 증명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전학생이나 미처 교복 여벌을 준비하지 못한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해,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 5시30분터 2시간 동안 구리중학교에 교복상설매장도 운영한다.
구리/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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