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쓴다는 감성 대체될 수 없어… 디지털 시대 될수록 더 갈망할 것

 

저서까지 쓰며 이력도 필력도 탄탄대로

개인 전시·3년째 수원시립미술관 수업

“누구나 자신만의 글씨·이야기 썼으면”

국내 1세대 캘리그래퍼로 꼽히는 문예진 작가를 최근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약 3년동안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6.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국내 1세대 캘리그래퍼로 꼽히는 문예진 작가를 최근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약 3년동안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6.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인공지능의 등장은 사회 전반에 변화를 불러왔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18년차 캘리그래퍼 문예진 작가는 “디지털 시대가 될수록 대척점에 있는 것들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종이의 질감과 펜의 물성을 느끼고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글씨를 온전히 경험하는 캘리그라피는 앞으로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캘리그래퍼로 꼽히는 문 작가를 지난 5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문 작가는 2009년께 캘리그라피에 입문했다. 당시는 국내에 캘리그라피가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막연하게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지는 잘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캘리그라피 관련 짧은 기사를 보게 됐죠. 무언의 직감이라고 해야할까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캘리그라피를 알게 된 계기가 그렇듯 연이어 행운이 찾아왔다.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무렵 집 근처에 공방이 생긴 것이다. “그때만 해도 캘리그라피를 한다고 하면 다들 콧방귀를 뀌던 분위기였어요. 공방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어느날 운명처럼 집 근처에 공방이 생겼고 그곳에서 수업을 들으며 꿈을 키우게 됐죠.”

우연히 발을 들인 캘리그라피의 세계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일이었다. 시간이 쌓이면서 캘리그래퍼로서 문 작가의 이력도 점차 탄탄해졌다. 지난 201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개인전 ‘내마음의 풍경’을 연 것을 시작으로 그해부터 스테들러코리아 지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후 여러 차례 전시를 이어갔고 지난 2016년에는 저서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캘리그라피’를 펴냈다.

“글씨를 쓰는 일은 점점 소모되는 작업이 아니라 필력이 쌓여가는 일이에요. 1년 전 글씨보다 오늘의 글씨가 더 나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죠. 할머니가 됐을 때 제 글씨는 어떤 모습일지 그 미래가 기대돼요.”

문 작가는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수강생들과 만나고 있다. 약 3년 동안 ‘캘리그라피와 함께하는 미술관 산책’을 주제로 수원시립미술관에서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 작가는 미술관에서의 캘리그라피 수업은 조금은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작품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잖아요.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감각을 채워가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기획하고 수강생들이 미술관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올해도 다음달부터 수강생들을 만날 계획이에요.”

문 작가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과정’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글씨체로 본인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알고 일상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