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불꽃쇼·매력적 상권… ‘겨울엔 양평’ 통했다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郡전체서 축제

‘스탬프투어’ 지역매출 발생 구조로 설계

단순관광 넘어 소득창출형으로 체질 개선

지난해 12월 말 ‘겨울엔 양평’ ‘카운트다운 불꽃놀이’가 남한강변에서 열렸다. /양평군 제공
지난해 12월 말 ‘겨울엔 양평’ ‘카운트다운 불꽃놀이’가 남한강변에서 열렸다. /양평군 제공

관광업계에서 겨울은 흔히 ‘인고의 계절’로 불린다. 매서운 추위와 얼어붙은 강바람은 행락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이는 곧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양평군 역시 이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군은 ‘비수기’라는 단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겨울만이 가진 따뜻한 감성과 먹거리를 결합해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으는 ‘역발상’에 착수했다. 2023년 첫선을 보인 ‘겨울엔 양평’은 그렇게 양평의 겨울 지도를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 편집자 주

■ 양평 전역을 거대한 축제장으로

‘겨울엔 양평’은 특정 장소에서 진행하는 기존의 축제와 궤를 달리한다.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두 달간 12개 읍·면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축제 공간으로 활용하는 ‘군 전역 분산형 관광 프로젝트’로, 핵심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탬프투어에 있다. 방문객이 지역 내 지정된 딸기 농가, 농촌체험마을, 맛집, 카페, 숙소를 방문해 인증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축제는 단순히 경관을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을 지역 깊숙한 곳의 소상공인과 직접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축제의 마스코트인 ‘농초니’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매년 ‘따뜻함’, ‘매력’, ‘행복’ 등 시즌별 테마를 달리해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겨울철이면 문을 닫다시피 했던 체험농가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군만의 독창적인 관광브랜드인 셈이다.

■ 비수기를 성수기로 바꾸다

지난해 12월 말 남한강 테라스 인근에 설치된 ‘겨울엔 양평’ 관련 부스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양평군 제공
지난해 12월 말 남한강 테라스 인근에 설치된 ‘겨울엔 양평’ 관련 부스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양평군 제공

지난 2023년, 제1회 축제가 막을 올렸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단순히 겨울 행사를 연다고 해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결과는 지표로 증명됐다.

군이 집계한 제1회 축제결과보고에 따르면 축제 참여업체의 매출과 방문객은 의미 있는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양평의 대표 겨울콘텐츠인 딸기농가는 매출액이 32.5% 상승했으며 수미마을 등 농촌체험마을의 방문객은 전년대비 270% 증가했다. 숙박업체 역시 20% 이상의 예약상승률을 기록하며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양평’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축제의 슬로건이었던 ‘농초니의 행복한 겨울나기’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동력이 됐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기준, 양평 내 인기 관광지 및 맛집 100위 리스트에 신규 진입하거나 순위가 급상승하는 업체가 속출하며 60여개 참여업체가 축제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 ‘해장국’부터 ‘불꽃’까지… 오감 자극 콘텐츠 고도화

2024년 제2회 축제는 더욱 세밀한 전략을 펼쳤다. 지역의 대표 먹거리인 ‘양평 해장국’을 관광자원화한 ‘보글보글 해장 로드’는 겨울철 추위에 지친 관광객들의 위장을 공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마음의 온기’를 채우는 독서여행,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겨울여행 등 트렌디한 감성을 더했다. 결과는 수치로 재확인됐다. 제2회 축제는 전년 동기 대비 방문객이 6.2% 증가했으며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98%가 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진행된 제3회 축제는 ‘매력 양평에서 행복하게 겨울나기’를 표어로 내걸고 농촌·딸기·별빛·썰매라는 4대 핵심체험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연말 밤하늘을 수놓은 ‘카운트다운 불꽃놀이’였다. 남한강변에서 펼쳐진 대규모 불꽃쇼는 겨울밤의 낭만을 극대화하며 구름인파를 양평으로 이끌었다. 이 인파는 자연스럽게 양평 물맑은시장과 인근 상권으로 흘러 들어갔고, 침체되었던 연말 상권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됐다. 군은 공식통계가 나오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열기를 토대로 이번 회차 역시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체계적인 행정 지원과 지역 상생

겨울엔 양평’ 콘텐츠 중 하나인 얼음썰매장에서 방문객이 얼음썰매를 타고 있다. /양평군 제공
겨울엔 양평’ 콘텐츠 중 하나인 얼음썰매장에서 방문객이 얼음썰매를 타고 있다. /양평군 제공

이러한 성과는 군의 체계적인 행정력과 지역주민의 협력이 맞물린 결과다. 군은 축제기간을 2개월로 길게 설정해 단발성 행사가 아닌 ‘생활 밀착형 축제’로 기획했다. 특히 소외될 수 있는 소규모 농가와 지역 소상공인들을 스탬프투어의 거점으로 지정하고 관광객이 발길을 옮길 때마다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적 전문성도 돋보였다. 군은 읍·면별 확대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다기준 평가를 실시했다. 축제가 3번 진행되는 동안 인구밀도, 버스 및 교통 접근성, 기존 관광지와의 연계성, 주민의 참여의지 등 5가지 항목을 종합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축제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혔다.

군 관계자는 “수도권 시민들이 겨울에 가장 먼저 양평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의 먹거리를 사고 체험을 즐기는 ‘소득창출형 관광’으로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간경관 콘텐츠 확대·SNS 인증 이벤트

지역화폐 연계한 소비 촉진책 보강 계획

하루 머무는 ‘체류형 관광’ 완성도 향상

■ 대한민국 겨울 관광의 표준을 꿈꾸다

양평군이 집계한 제1회 축제결과보고에 따르면 ‘겨울엔 양평’ 축제에 참여한 딸기농가의 매출액은 32.5% 상승했다. 군 마스코트인 ‘양춘이’ 캐릭터 장갑이 딸기 농가에 비치돼 있다. /양평군 제공
양평군이 집계한 제1회 축제결과보고에 따르면 ‘겨울엔 양평’ 축제에 참여한 딸기농가의 매출액은 32.5% 상승했다. 군 마스코트인 ‘양춘이’ 캐릭터 장갑이 딸기 농가에 비치돼 있다. /양평군 제공

물론 축제의 고도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축제의 흥행을 유지하기 위해 시즌 중반 이후에도 신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며 특정 지역에 쏠린 인파를 양평 전역의 12개 읍·면으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정교한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군은 향후 야간경관 콘텐츠를 더욱 확대하고 MZ세대를 겨냥한 SNS 인증 이벤트와 지역화폐인 ‘양평통보’를 연계한 소비촉진책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동해안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양평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는 ‘체류형 관광’의 완성도 또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면적은 넓지만 인구밀도는 낮은 양평의 특성상 ‘겨울엔 양평’과 같은 분산형·참여형 축제는 지역 균형발전의 열쇠가 된다. 겨울철 관광객 유입이 지역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양평은 이제 비수기 없는 사계절 관광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농촌의 정겨움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양평의 역발상이 대한민국 겨울관광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