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청 ‘이전 검토’ 발언에 지역 여론 악화

시장에 보낸 공개질의서 등도 논란에 기름

현실성 부족… 먼저 시민 관계 개선 필요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재외동포청은 2023년 6월 신설됐다. 재외동포 사업 총괄 수립·집행 기관으로 인천에 둥지가 마련됐다. 송도(연수구), 청라(서구), 영종(중구) 3개 지역에서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외교부가 후보 지역 선정 과정을 주도했고, 첫 청사 위치로 송도국제도시를 낙점했다. 2023년 6월 임명된 초대 이기철 청장과 2024년 7월 이상덕 2대 청장은 대사급 직업 외교관 출신이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 출신 김경협 청장이 취임했다. 재외동포 투표권 이슈를 고려한 ‘정치적 인선’이라는 비판이 일부 나왔지만, 경인일보는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밀한 소통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재외동포청 안팎의 기대감을 전했다. 외교부 특유의 경직성을 김 청장이 깨뜨리면서 인천시와 재외동포청의 협력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지역 여론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취임 4개월을 맞는 김 청장에 대한 인천 여론은 심상치 않다. 재외동포청 청사 위치를 옮기는 것을 검토한다는 그의 첫 발언은 언론사 신년인터뷰 중 나왔다. 처음에는 인터뷰 과정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는데, 발언 당사자는 논란을 가라앉히려고 애쓰기는커녕 인천시와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나섰다.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과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재외동포청을 방문하며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이 문제로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외동포청 인천 존치 확정’을 강조했지만, 정작 김 청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재외동포청 공식 보도자료 형식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배포했다. 그 내용 중 “여전히 재외동포들이 송도청사를 원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인천시와 우리 청이 함께 공정한 방법으로 동포들 의견을 조사한 후 그 결과에 승복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지역 여론에 불을 붙였다. 행정부 외청이 광역자치단체장을 겨냥한 보도자료를 낸 것은 물론, 협박성 질의까지 포함해 공개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인천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청장이 송도 청사 이전을 검토하는 사유로 밝힌 것 중 인천시민이 들으면 당장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인천~송도 1시간45분’ 주장이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외동포가 송도로 가는 시간보다 광화문까지 가는 시간이 더 적게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공항철도·지하철 이동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인데, 송도 주민 중 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한국을 방문하는 재외동포 중 재외동포청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이들도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들 민원의 상당수는 광화문 통합민원실에서 원스톱 처리가 가능하다. 청사 임차료, 관사, 구내식당, 통근버스 등 경상비와 직원 복지 문제를 인천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임차료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는 게 우선이지 인천시 발목을 잡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김 청장의 가장 큰 오판은 재외동포청 이전 논란 프레임을 ‘인천시장 비난’으로 치환하려한 데 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시장을 표적 삼아 논란을 확산시키려고 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인천시민의 상처만 깊어졌다. 김 청장이 그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 발언을 통해 은연중 ‘서울중심주의’ ‘미주·대표자·기업인 중심 재외동포 정책주의’를 드러냈다고 본다. 또 국내 첫 공식 이민선이 출발한 제물포항을 품고 있는 인천 이민사(史)의 중요성, 사할린 동포와 재중 동포 등 재외동포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거점이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서남부권이라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송도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김 청장에 대해 “근거 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끼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인천지역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김 청장에 대해 “아직도 본인이 3선 의원인 줄로 안다”는 말이 나온다. 김 청장이 재외동포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인천시민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