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무죄 등

‘법조 개혁’의 중요성 잘 보여줘

‘그들의 카르텔 해체’ 핵심 과제

국민 외면 法 ,반민주적 행태 불과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최근 법원 판결은 법조개혁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함을 너무 잘 보여준다. 오세용 판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범죄수익 은닉 및 그 아들의 ‘퇴직금’ 명목 50억원 수수혐의에 대해 공소기각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우인성 판사는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무상 여론조사 수수 혐의를 무죄로, 김인택 판사는 명태균과 ‘국민의힘’ 김영선의 ‘세비 반띵’(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역시 무죄로 선고했다. 과연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법적 참사’라는 논평이 지나친 것일까. 결국 재판거래나 법왜곡죄가 거론되기에 이르고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조작기소, 증거날조’ 등 민주 사회에서 불가능한 언설이 자연스러워진다.

법무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거나, “경찰수사가 완벽할 수 없어 수사보완권”을 주겠다는 발언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완벽한 수사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검찰의 수사 기소권 오·남용을 막는 일은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반민주적 행위를 막으려는 검찰개혁에 경찰 수사 운운하는 것은 너무도 뻔한 ‘배반의 언어’일 뿐이다. 그동안 검찰수사와 기소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새삼 거론해야할까. 민주사회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판결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전관예우라는 말을 당연시한다면 그 법조계는 민주시민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집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문제는 특권 체제에 있다. 사회 자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특권계층이나 ‘그들만의’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을 때 민주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사회의 불평등은 깊어지고 생활세계는 분열된다. 마침내 민주사회의 체제 파괴도 멀지않게 된다. 세계 역사는 이런 사실에 예외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체제개혁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법조개혁은 그 핵심 과제다. 여기에 좌면우고하는 것은 민주시민사회를 명백히 배반하는 행태일 뿐이다. 법조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법체제와 운영을 민주주의의 원리와 시민정신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법을 둘러싼 권력 독점을 막는 일이나, 그 권한 행사를 감시하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근대 사회의 법체계를 위해 법철학을 전개한 독일 철학자 헤겔은 “가장 이성적인 것이 가장 실제적이며, 가장 실제적인 것은 가장 이성적”이라고 선언한다. 이 말은 한 사회의 실제적인 삶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회의 이성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성은 시민사회의 실제적인 규범인 자유와 인간과 공동체 실현을 가능케 하는 원리이다. 이 이성을 헤겔은 시대정신과 연결시킨다. 한 사회의 법체계는 그 사회의 시대정신에 토대를 둘 때 정당성을 얻게 된다. 이성적 행위인 철학은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해명하는 과정이다.

헌법 103조에 의하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한다고 말한다. 검찰 역시 그들이 아는 법상식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지금껏 수많은 행태는 이런 상식과 믿음을 철저히 배반했다.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동했다면 재판거래나 전관예우란 말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법조개혁의 핵심은 이 양심과 상식을 시민정신에 토대를 두게 만드는 데 있다. 양심과 상식은 법조인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 사회의 토대인 민주주의의 원리와 시민정신에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 법철학이 필요한 까닭은 이 원리와 정신을 해명하는데 있다. 철학이 사라진 사회가 보여주는 허망함이 현실의 법운영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법체계는 민주사회의 원리와 시민 정신에 근거해야 한다. 헤겔은 민주사회의 공동체는 “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최고의 이성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의 이성은 각개 시민이 자신을 실현하는 자유와 이를 위한 내면적 원리를 의미한다. 법은 이를 위한 수단이며 절차이자, 공동체를 위한 최초의 토대이며 최후의 울타리이다. 법이 시민정신을 외면할 때 그 법은 시민을 배반하는 반민주적 행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의 법은 과연 얼마나 이에 부합하는가.

/신승환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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