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일당우위제 대승… 지속성 입증
국힘 지지 상실, 韓 정치 변화 전조일 수도
정상 복귀 않는다면 ‘민주 독점’ 문 열릴것
일본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465석 중 316석을 확보했다. 1955년 창당 이후 최초로 독자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인 310석을 넘긴 역사적 대승이다. 70년 동안 자민당이 집권여당 지위를 상실한 기간은 두 차례에 걸쳐 5년 8개월 뿐이다. ‘55년 체제’ 이후 자민당 계파 경쟁이 일본 정당 정치를 흡수하면서 자민당 일당우위제는 일본식 민주주의 정당체계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자민당은 국가운영 시스템을 독점했고, 정부 엘리트와 정치 인재들을 과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이 장기집권을 강화하는 정치체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다. 이번 총선은 ‘55년 체제’ 이후 이어진 자민당 일당우위제의 지속성을 인증한 정치 사건이다.
‘87체제’ 이후 보수와 진보 양대 정당이 교차 집권해 온 한국의 양당제에 의미심장한 균열이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여야 대립이 격렬한 양당제 정치 양상인데, 실제로는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독점 현상이 완연하다. 높은 지지율의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친명·반명 계파 갈등이 대중의 관심을 과점해서다. 반면 제 몫의 지지율을 상실한 국민의힘의 친윤·반윤 갈등은 대중의 관심 밖에서 소모되고 있다. 이 비대칭은 단순한 화제성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조일 수 있다.
대의정치에서 정당간 갈등의 원인과 목적은 권력, 즉 집권이다. 지금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여야 갈등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계파 경쟁은 차기 당지도부, 공천권, 정권 운영 방향을 결정할 실질적 정치권력 투쟁이다. 공소청 보완수사권을 놓고 대통령과 당내 강경파가 상호 견제하고 조정한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갈등엔 당내 권력지형과 정권연장 구상과 같은 거대 담론이 담겨있다. 지지자에겐 아슬아슬한 충돌이고 갈등일 테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 조감하면 정치 무대를 장악한 민주당 계파들이 장기집권 경연을 벌이는 장면이 보일지도 모른다. 현재 권력에 기반한 친명·반명 갈등은 미래권력을 지향한다.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대중에게 향후 권력의 향방을 확인할 정치 블록버스터이다.
국민의힘은 정치의 중심에서 사정없이 밀려나는 중이다. 민주당을 대체할 유일무이했던 경쟁 정당의 위상을 시대착오적 내분으로 스스로 침식한 탓이다. 탄핵 당하고 사형을 구형받은 윤석열은 죽은 과거권력이다. 국민의힘이 미래권력을 지향한다면 윤석열 이름 석자는 진작에 폐기했어야 맞았다. 그런데 친윤·반윤, 친한·반한 프레임으로 정통 보수정당을 과거로 증발시켰다.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은 국민에게 채널을 돌리다 어쩌다 마주한 막장 멜로물에 가깝다. 지지층 마저 채널을 돌린다.
정당 지지 지형과 대중의 정치 지향이 이런 상태를 지속한다면, 일본 자민당이 일당우위 지위를 획득한 경로를 떠올려도 과한 상상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경쟁력이 악화될수록 대중의 정권교체 욕구는 민주당의 계파 경쟁에 수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힘이 이 상황을 방치한다면, 민주당의 장기집권은 민주당의 능력과 무관하게 현실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을 획득한 19대 총선을 끝으로 20대 총선에서 범야권에게 국회권력을 내준 뒤 21, 22대 총선에서개헌저지선을 겨우 지키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의 탄핵으로 지지층은 분화를 거듭했다.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으로 영남과 수도권으로 정치 영토를 확장했다. 정당 지형이 이대로 고착되면, 국민의힘은 외부 수혈 없이 대통령을 만들기 어렵고, 대통령을 보유해도 정치권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경쟁적 양당제가 일당우위제 보다 바람직한 정당정치 형태임은 직관적으로 명확하다. 국민을 참여자와 관람자로 가르는 기준이라서다. 국민의힘이 정상 정치로 복귀하지 않으면, 민주당 정치 독점의 문이 조용히 열린다. 지방선거 결과가 대중의 예상과 일치하고 23대 총선에서 반복되면 활짝 열릴 문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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