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꼽히는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그룹의 정례 보고 등에 참석하고 대표자나 담당 임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기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각종 보고나 회의가 삼표산업 등의 경영 책임자로서 경영상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안전 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을 총괄해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룹의 규모나 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중처법에 규정된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중처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도 재판부는 “야적장에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거나, 그러한 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삼표산업 법인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혐의를 인정해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또 삼표산업 본사 안전책임 담당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양주사업소 관계자 3명은 금고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은 2022년 1월 29일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천공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정 회장이 중처법상 실질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양대노총은 이번 판결을 두고 명백한 경영책임자에게 법원이 면죄부를 줘 중처법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삼표산업은 외견상 전문경영인 체제로 보이지만, 지주회사인 ㈜삼표가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삼표의 지분 역시 정도원 회장 일가가 77%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는 삼표그룹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통제권이 총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기업의 조직과 예산, 인력을 결정하는 실질적 최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처법이 제정된 건 실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권한이 있는 자를 처벌해야만 산재를 끊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해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중처법은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둔 채 현장 노동자나 실무 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온 관행을 바로잡고, 기업의 최고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 예방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며 “이번 판결에서도 최고 경영 책임자인 회장과 법인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고 본사 안전담당자와 현장 관계자에게 처벌이 집중됐다. 중처법의 취지를 몰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