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변방 지역 여성들의 신기에 가까운 마상무예 장면이 19세기 초반 함경도 지방의 관료로 나간 한 선비의 일기에 그려진다. 1827년 함경도 북평사(北評事)에 제수된 박래겸은 그 시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기록해 ‘북막일기(北幕日記)’라는 이름으로 남겼다. 북평사 직책은 정6품 무관 벼슬로, 함경도와 평안도에 각 1명씩 두었으며 병마절도사 밑에 있었다. ‘북막일기’ 속 여성들의 마상무예 실력은 박래겸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조선시대 여성들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인식으로는 대단히 낯선 모습이다.
10월 14일, 진변루(鎭邊樓)에서 박래겸 주재로 백일장을 치렀다. 음력 10월이었으니 몹시 추웠을 터인데 활 쏘고, 말 달리고, 창검 부리는 여러 기예를 시험보았다. 거기 6명의 기녀(妓女)들이 있었다. 모두 군장(軍裝)을 몸에 묶었다. 군장을 갖추었다고 했으니 어엿한 여군이라 하겠다. 이들은 말 안장에 두 발을 낀 뒤, 두 손으로 활을 당기고 크게 소리치기도 했다. 남성 무사들도 함께 달렸는데 여성들이 번번이 앞섰다. 박래겸은 이 장면을 보고는 ‘진실로 또한 장관’이라고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여성들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시험관 박래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러나 조선은 국가 차원에서 여군을 제대로 대우하거나 키워내지 못했다.
얼마전 네덜란드의 54세 막시마 왕비가 예비군 훈련에 나가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총을 쏘고, 로프를 타고 하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안보 관련 문제가 유럽 각 나라에 얼마나 절박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안보 관련 이슈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통 문제로 떠올랐다. 거기에, 막시마 왕비 사례에서 보듯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한국 여군의 세계적 위상도 대단히 높다.
엊그제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연합사단 최초로 여성 부사단장이 배출됐다는 뉴스가 이목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문한옥 육군 준장. 2015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단은 미군이 다른 나라 군과 하나의 부대를 만든 첫 사례이면서 세계 최초의 2개국 혼성사단이다. 사단장은 미2사단장(소장)이 맡고, 부사단장은 한국 측에서 맡는다. 우리나라 여군의 역량이 커지는 만큼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조선과는 달라야 한다.
/정진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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