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재 건물, 대장 용도와 달라

행정망 등록 안돼 방재점검 안받아

도내 곳곳 ‘가짜 고시원’ 불법 운영

“안전 담보 못해 참사 예방 노력을”

9일 오전 11시 17분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한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 난 현장의 내부 모습. 2026.2.9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9일 오전 11시 17분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한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 난 현장의 내부 모습. 2026.2.9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최근 화재가 발생해 1명이 크게 다친 수원시 고시원이 간이 스프링클러 등 기본 소방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영업(2월9일자 7면 보도)을 하고 있었지만, 관할 지자체에선 행정 시스템상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은 채 남몰래 고시원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가짜 고시원’이 경기도 내 곳곳에 퍼져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전날 불이 난 고시원이 위치한 2~3층은 건축물 대장에 등록된 도면에 고시원이 아닌 사무실로 기재돼 있다. 고시원을 운영하려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소방 시설 완비 증명서 역시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여년간 시내에서 버젓이 가짜 고시원을 운영한 셈이지만 관계 당국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해당 업장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고시원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난 불로 50대 남성 1명이 크게 다치고 16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고시원이나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 않다 보니 이 업장을 상대로 관련 방재 점검이 이뤄진 적도 없었다.

지역에서 가짜 고시원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국가의 안전 대책도 비껴간다. 2018년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해 영업 시작일이나 면적과 관계 없이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지만, 이는 행정 시스템상 고시원으로 분류된 곳에만 적용되는 상황이다.

고시원 업계는 위험천만한 가짜 고시원들이 수원, 안산 등 도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을 노려 도내 위성도시에서 가짜 고시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으로 영업하는 곳들은 화재나 방재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을뿐더러 관리나 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아 최소한의 안전이나 주거 조건을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합법 고시원이라도 객실 벽의 소재가 가연물이고 복도가 좁은 탓에 화재에 취약한데, 가짜 고시원의 경우 화재 시 위험은 배로 높아진다”면서 “가짜 고시원들은 현장을 돌아보면 확인할 수 있다. 고시원 참사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와 관계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