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정 단비, 단물 빼먹는 검은 손에 오염

 

배분·집행 과정 전반 도의원 관여

청탁·금품수수 등 악용 사례 발생

특정 재정에 쓰여야 할 용도 왜곡

ITS 연루 前·現 도의원 중형 선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형사부(박지영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환 전 도의원에게 징역 8년 및 벌금 2억5천만원, 정승현 전 도의원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4천만원, 박세원 도의원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경인일보DB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형사부(박지영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환 전 도의원에게 징역 8년 및 벌금 2억5천만원, 정승현 전 도의원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4천만원, 박세원 도의원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경인일보DB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을 둘러싼 뇌물 수수 사건이 경기도 안팎을 뒤흔들며 특조금의 변질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연루된 전·현직 경기도의원들이 10일 중형을 선고받았다.

특조금에 대한 도의원들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특조금 신청내역 취합 과정에서 추천한 도의원들의 이름과 우선순위를 기재하는 도의 업무 행태, 이 같은 상황 속 특조금을 두고 형성된 ‘검은 카르텔’. 이들 도의원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이름 그대로 시·군의 ‘특정한 재정 수요’에 쓰여야 할 도 특조금의 왜곡된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겼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형사부(박지영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환 전 도의원에게 징역 8년 및 벌금 2억5천만원, 정승현 전 도의원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4천만원, 박세원 도의원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겐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추징금 2억1천735만원을, 정 전 의원에겐 징역 5년과 벌금 8천만원·추징금 4천만원을, 박 의원에겐 징역 15년과 벌금 6억원·1억4천790만원 몰수·추징금 1억3천98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일반적인 뇌물 사건에 비해 높은 형량이 구형된 것은 단순한 뇌물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는데, 실제 선고된 형량 역시 중형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선출된 도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당하게 청탁받고 그 대가로 금품, 향응 등을 수수해 사회적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히 도의원들이 특조금과 관련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판단은 이들 도의원과 더불어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전 안산시 공무원과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업자에 대한 1심 판결에도 동일하게 담겼다.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을 둘러싼 뇌물 논란으로 지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ITS 비리’ 사건 관련 전·현직 경기도의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기환, 정승현 전 도의원, 박세원 도의원. /경인일보DB
특별조정교부금 배분을 둘러싼 뇌물 논란으로 지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ITS 비리’ 사건 관련 전·현직 경기도의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기환, 정승현 전 도의원, 박세원 도의원. /경인일보DB

지방재정법과 경기도 조례 등을 종합했을 때, 원칙대로라면 특조금은 재난 등 ‘특정한 재정 수요’가 발생한 시·군이 도에 특조금을 신청하면 도가 심의해 이를 지원하는 구조여야 한다. 특조금을 배분받은 이후 관련 업체 선정 등 집행은 시·군이 자율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날 전·현직 도의원들에 대한 선고와 지난달 15일 사업자 및 전 공무원에 대한 선고 내용을 종합하면, 원칙은 상당히 허물어진 모양새다. 도의원은 특정 사업을 지정해 특조금을 시·군에 도에 신청토록 하고, 시·군은 신청 과정에서 해당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도의원을 ‘비고’ 또는 ‘관심 의원’ 등으로 별도 항목에 기재한다. 경기도 역시 특조금 신청 내역을 취합하면서 이를 추천하는 도의원의 이름과 우선 순위를 비고란에 함께 쓴다. 이후 특조금이 시·군에 배분된 경우, 도의원이 거론한 업체에 해당 사업을 발주하지 않으면 도의원은 시·군을 압박한다.

특조금 신청, 배분, 집행 과정 전반에 도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군의 결정권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사실상 도의원의 ‘직무 행위’로까지 간주될 정도로 도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조금을 두고 형성된 이 같은 ‘검은 카르텔’이 지방재정 체계를 흔들고 사회적 신뢰를 현격히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본 것이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