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뇌물 비리, 지역 정치인 입김… 운용 흔드는 ‘정경 카르텔’

 

1심 판결문에 도의원들 개입 담겨

남경필 前지사때 연정서 비롯 무게

특정사업 시·군에 신청 요구 다수

지자체 현안 우선순위와 무관 진행

업체 선정시 ‘우회적 압박’ 증언도

ITS 뇌물 비리 사태 일지. /경인일보DB
ITS 뇌물 비리 사태 일지. /경인일보DB

지난해부터 경기도 안팎을 뒤흔들고 있는 ‘ITS(지능형교통체계) 뇌물 비리 사건’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둘러싼 ‘검은 카르텔’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 카르텔은 도 특조금 신청·배분·집행에 있어 경기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특조금이 ‘의원님의 쌈짓돈’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 지방의원이 영향력 행사한 특조금

특조금은 시·군의 지역개발사업 등 특정 재정 수요와 재난·재해 등 예기치 못한 재정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31개 시·군이 신청하고 경기도가 이를 심사·배분토록 돼 있다. 도의원이 일련의 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번 ‘ITS 뇌물 비리 사건’에 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 사실상 특조금 운용 전반에 도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막대한 경기도 예산을 확보해온다는 이유로 도의원들이 일선 시·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판결문에 담긴 내용이다.

시·군 공무원들 역시 도 특조금에 관해 도의원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양상은 남경필 전 도지사가 특조금 관련 권한을 나눈 ‘연정’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의 범위, 정도가 커지면서 특조금 운용 전반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 공무원은 “특조금 신청 사업 중 다수는 시·군이 자발적으로 발굴했다기보다 도의원이 특정 사업을 지정해 ‘이 사업으로 신청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라며 “시급하지 않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확보한 예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체감상 절반 이상은 지자체 차원의 우선 순위와는 무관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 지자체의 한 관계자도 “도의원이 특조금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맡으면서, 도의원은 사실상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재원’이 됐다. 도의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어, 특조금을 자기 예산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조금을 신청하고 이후 집행하는 역할은 시·군에 있는데, 도의원이 직접 사업 계획을 짜서 관련 부서에 특조금 신청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시·군에선 필요한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해 신청하는데, 선정된 사업들은 도의원 요구사항이 우선시 돼 시·군 의사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선을 넘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도에서도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왜 도의원이 요구한 사업을 올리지 않느냐’고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 “우리 업체 밀어달라” 도의회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이번 ITS 뇌물 비리 사건처럼 특조금 사업 수행을 위한 업체 선정 과정에서 도의원의 ‘우회적 압박’이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 공무원은 “도의원이 시·군에 직접 ‘ 이 업체와 계약하라’고까지 말하진 않지만, ‘업체가 갈 테니 잘 봐달라’는 식의 연락이 온다. 그러면 도의원이 민간 업체를 끼고 특조금을 내려보냈다고 느끼는 경우가 다수다. 특조금 지원이 확정되자마자 해당 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도의원이 이 사업을 우리에게 준 것’이라는 식으로 말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도의원은 “일부 의원은 업자와 결탁해 지역 현안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특조금을 신청하게 하고, 시·군청 공무원들에게 ‘내가 가져온 특조금’이라며 대놓고 말한다. 본인이 아는 업자에게 사업을 몰아주는 행태도 있다”며 “업자들이 의원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 특조금을 유치한 이후 알음알음 알고 찾아와 자신의 업체를 밀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도의원 역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을 위해 특조금은 필요한 재원”이라면서도 “문제는 업자들이 끼어 있는 경우다. 지역구에서 사업을 하는 업자라면서 식사 한번 하자고 접근하는 의원들마저 있다. 일부 의원들이 특조금 집행 단계에서 관련 업체를 추천하는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데, 의도를 떠나 해당 시·군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