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1일 배현진 국회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개시했다. 배 의원은 서울시당 21명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반대 성명을 주도하고, 이를 서울시당 전체 의사로 공표했다는 이유로 지난 6일 제소됐다. 당내 반윤 세력의 핵심인 한 전 대표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거세한 중앙윤리위다. 배 의원의 중징계를 예상하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편 국민의힘 서울시당 윤리위원회는 10일 최근 입당한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에게 ‘탈당 권유’를 의결했다. “전두환, 노태우,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는 고씨의 발언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고씨는 이의신청으로 중앙윤리위의 재심의로 넘겨졌다.

중앙윤리위는 장동혁 대표가 구성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 의원은 시당윤리위에 영향력이 있다. 주류인 장 대표 당지도부는 친윤·반한이고, 비주류인 배 의원은 반윤·친한의 선봉이다. 장 대표의 중앙윤리위는 거침없이 한동훈 세력을 축출 중이다. 반윤 비주류 배 의원은 지도부가 영입한 고성국을 시당윤리위에 세워 저항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주류·비주류의 윤리위원회 전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를 공동선을 지향하는 품성이라 했고, 칸트는 보편적인 도덕 원칙이라 했다. 윤리는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공동체가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이자, 실현하고 도달해야 할 목적이라는 얘기다. 정치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윤리적 규범을 실현할 가장 큰 도구이자 수단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전쟁이 해괴한 건 반윤리적 역설 때문이다. 윤리 실현의 도구인 정치가 윤리를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꼬리가 몸통이 됐다. 중앙윤리위의 비주류 징계 사유는 윤석열, 장동혁 비판이다. 대중의 보편적 윤리 감수성과 거리가 한참 멀다. 서울시당윤리위의 고씨 징계는 대중의 보편적 윤리 의식에 합당하지만, 정치투쟁 도구 혐의로 빛이 바랬다. 만일 서울시당윤리위의 고씨 징계를 중앙윤리위가 번복하면, 국민의힘의 윤리는 권력의 크기로 서열화 된다.

윤리를 정치의 도구로 만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전쟁으로, 보수정당의 윤리적 기반이 흔들린다. 중앙윤리위원회의 비주류 축출 징계와 사유가 국민의힘 주류의 보편적 의지라면, 그 또한 신념일테니 말리기 힘들다. 다만 동시대의 보편적 윤리와 더 멀어질 수 있는 점은 염두에 두길 바란다. 정당에게 가장 무서운 일 아닌가.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