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발언·성희롱 등 문제 개선
민원인 감정 유형·통화내역 요약
11일 오전 인천시청의 한 부서에 민원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벨이 울리자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발신자 전화번호와 통화 이력, 평균 통화시간 등을 알려주는 창이 나타났다. 이 민원인이 며칠 전 같은 부서로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한 민원을 요약한 내용과 당시의 감정 상태가 어땠는지를 알려주는 정보도 함께 제공됐다. 민원인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공무원에게 제공해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이다.
인천시는 이날부터 ‘민원전화 대응 AI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민원 수요가 많은 택시운수과·버스정책과·교통안전과·도시개발과 등 17개 부서에 이 시스템을 우선 도입했다. 유사한 내용의 민원 전화가 반복적으로 들어올 경우 민원 관련 정보를 먼저 알려줌으로써 일선 공무원이 신속하게 응대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접목했다는 게 인천시 정보화담당관실의 설명이다.
AI 시스템의 또 다른 목적은 악성민원으로부터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는 데 있다. 민원인이 폭언을 일삼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통화를 강제로 이어갈 경우 AI 시스템상에 마련된 경고 버튼을 눌러 안내 멘트를 송출한 다음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춰졌다.
2024년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같은 해 11월 정부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해 민원 내용에 폭언·욕설·협박·성희롱 등이 포함되면 담당 공무원이 판단해 강제로 통화를 끝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민원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등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악성민원임을 알지 못한 채 전화를 받은 공무원들이 위협적인 발언이나 성희롱 등에 노출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인천시가 도입한 AI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공무원들이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다.
AI 시스템은 민원전화 내용에 대한 분석 기능도 제공한다. 같은 민원인이 반복해서 전화를 걸 경우, 직전 통화 내용의 키워드를 정리해 요약한 내용을 제공하고 당시 민원인이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를 5가지 유형(매우 긍정·긍정·중립·부정·매우 부정) 등으로 분류한다. 전화를 받는 공무원이 AI 시스템의 분석 내용을 확인하고 알맞은 대처 방안을 준비할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창수 인천시 정보통신팀장은 “민원 처리 건수가 많은 부서를 시작으로 시스템 도입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특정인의 악성 민원이 반복되는 사례가 나타나면 민원 처리 관련 부서와 협의해 공무원 보호 등 대책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