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길’ 따라간 경기도… 본래 길 잃었다
한겨울엔 외면받는 황토걷기 길
운동화 신은채 걷는 주민도 발견
시·군 의지 무관하게 일괄 교부
취지와 실제 운영 갈수록 엇박자
“요즘에 추워서 누가 맨발로 걷겠어.”
수원시 화서동 서호공원. 한 귀퉁이에 발바닥 모양의 ‘경기도 흙향기 맨발길’ 표지판이 우두커니 꽂혀있었다. 표지판을 시작점으로 조성돼 있는 타원형 황톳길을 걸어보니 10분 남짓 걸렸다. 황톳길을 한 바퀴 돌면 더러워진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도 마련돼 있었다. 구간마다 햇빛 가리개도 설치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이곳은 개장한 지 3개월여가 됐지만, 11일엔 아직 덜 풀린 날씨 탓인지 주민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는 듯 보였다. 산책하는 주민들은 맨발걷기 길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기 바빴다.
황톳길을 밟은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발길이 지나간 지 오래된 듯 나뭇가지와 돌멩이나 낙엽 등이 곳곳에 박혀 있어 맨발로 걷기는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보니 맨발걷기길을 운동화를 신은 채 걷고 있는 주민도 있었다.
이곳에 자주 온다는 김분기(80)씨는 “춥기도 하고 무릎이 안 좋아서 맨발로는 못걷는데, 시멘트 바닥보다는 흙이 좋으니 그냥 신발 신은 채로 걸어보고 있다”며 “(수원시가) 돈이 많은지 이런 것도 만들어주고 좋은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맨발로는 못 걷는다”고 말했다.
서호공원 맨발걷기길은 지난 2024년 경기도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을 교부받아 만들어졌다. 시비까지 합쳐 총 9천만원이 투입됐다.
경기도는 올해까지 맨발걷기길 1천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특조금을 활용해 시·군에 사업비를 교부했다. 이는 김동연 도지사가 직접 도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지난 2024년 김 지사는 군포시 수리산 산림욕장 맨발걷기길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조성 계획을 밝혔다.
계획 발표 직후 경기도는 같은 해 11월 도내 31개 시·군에 ‘경기 흙향기 맨발길 조성사업’ 명목으로 특조금을 교부했다. 이후 지난해에도 2차로 22개 시·군에 특조금을 지원했다. 도는 현재까지 맨발걷기길 726개소 조성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래 만들어져 있던 210개소에 더해, 특조금을 투입해 새롭게 조성한 맨발걷기길은 516개소다.
도 관계자는 “맨발길 조성사업은 시·군 수요를 토대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면서 “올해까지 1천개 조성이 목표이기 때문에 각 시·군 수요 조사를 거쳐 올해도 3차로 특조금을 교부할 계획이다. 개수와 규모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시·군 수요가 바탕이 됐다는 게 도 설명이지만 경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기경실련)은 맨발걷기길에 대한 특조금 지원 사례를 경기도 특조금이 도 역점 사업에 일괄 교부된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1월 7일과 2025년 8월 11일, 맨발걷기길 조성사업을 위해서만 특조금이 이례적으로 일괄 지원되기도 했다.
도 역점 사업 뿐 아니라 단순한 시설 개·보수, 청사 유지·관리 비용 등 시·군이 자체 투입해야 할 사업에도 특조금은 다수 쓰이고 있었다. ‘특정한 재정 수요’에 대한 판단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특조금의 본래 취지와 실제 운영이 갈수록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경실련과 함께 최근 3년(2023~2025년) 간 경기도 특조금 배분 내역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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