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년치 특조금 경기경실련과 살펴보니…
기준모호 관행처럼… 시·군별 ‘대동소이’ 재난·재해는 ‘희소’
지방재정법 등은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 운영을 각 시·도가 조례로서 기준을 정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역시 별도의 조례와 운영 기준을 통해 특조금을 배분하고 있다. 다만 다소 모호한 기준이 불투명한 배분 문제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쌈짓돈’ 등 특조금을 둘러싼 각종 논란 역시 불확실한 기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경인일보와 경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기경실련)은 경기도의 최근 3년치 특조금 배분 내역을 살펴봤다. 이를 분석해보니 과연 ‘특정한 재정 수요’에 맞게 쓰인 것인지 의문이 드는 내역도 적지 않았다. 전년도에 지원된 사업과 유사한 사업에 재차 교부되는 경우가 많았고, 시·군별로 교부받는 특조금 내역도 대동소이했다. 정작 ‘시·군의 특정한 재정 수요’나 ‘예기치 못한 재난·재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배분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맨발길 등 道 역점 사업 일괄 배분
일부 추가 수령에 ‘…경보제’ 제언
도의회 예산 심의 우회 비판도 제기
도로교통 등 일반행정 금액비율 높아
취지 안맞고 지방재정 자립성 해쳐
道 “시군 재량으로 사용 가능” 설명
■ 경기도 역점 사업에 일괄 배분된 특조금
경기도는 지난 2024년과 2025년 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 비용을 특조금을 통해 시·군에 배분했다. 2개 사업에 대해 특조금으로 교부한 금액만 500억원이 넘는다. ‘경기 흙향기 맨발길 조성’에 2024년 31개 시·군 248억8천만원, 2025년 22개 시·군 58억5천만원 등 총 307억3천만원이 지원됐다. 유휴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경기 기후안심그늘 프로젝트’에는 지난해 한 해에만 12개 시·군에 201억6천만원이 배분됐다.
도 특조금 운영기준상 정책사업 및 국가적 장려 사업에 특조금을 우선 배분토록 돼있어, 이같이 도 역점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시·군에 배분하는 게 규정상 문제는 없다. 다만 이 같은 형태의 지원이 많아질수록, 규모가 커질수록 특조금 신청에 대한 시·군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해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조금의 경우 일반 예산과 달리 도의회 예산 심의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비판을 키운다. 예산을 집중 지원할 수 있어 역점 사업의 진척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반면 견제와 검증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도의회 심의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사업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사전 설명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조금 뿐 아니라 시군 예산이 함께 들어가는 사업은 기초의회의 심의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경기경실련은 안양, 오산, 수원시 등 일부 시·군이 도가 일괄 지원하기 전, 이미 자체적으로 신청해 맨발걷기길 조성에 특조금을 지원받고 있던 점을 들며 ‘중복투자’라고도 꼬집었다. 이미 맨발걷기길 조성 명목으로 특조금을 지원받은 해당 시군은 지난 2년간 6억~7억원의 특조금을 추가 수령했다.
경기경실련은 “특조금은 시·군의 특정한 재정 수요나 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데 써야함에도 도가 기획한 사업을 전 시·군에 일괄 배분하는 것은 특조금의 본래 목적을 무시한 하향식(Top-down) 행정의 전형”이라며 “특정 유형의 사업이 단기간에 집중돼 시행될 경우 중복 투자 경보제를 도입해 배분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예기치못한 상황 대응 3년간 ‘0건’
“관련 기금 등 중복되기 때문” 분석
“행안부 특교세처럼 특정목적 맞게
‘명목 무관’ 운영 실정 손봐야” 지적
■ 보도블록 갈고 가로등 고치고…일반 행정 운영비로도 다수 집행
도는 특조금 운영기준에서 배분 대상사업 분야를 도로교통, 상하수도 및 하천관리, 사회복지, 농수산진흥, 문화예술 및 체육사업, 도시개발 및 환경개선 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주민생활, 재난안전 등 크게 9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도 특조금 배분 내역을 분석한 결과 매년 도로교통, 도시개발 및 환경개선, 문화예술 및 체육사업, 주민생활 분야 등에 주로 많이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나 시설 개·보수, 공원·운동시설 설치 등에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도로 시설개선이나 교통환경 개선사업 등이 포함된 도로교통은 매년 높은 규모를 보였다. 수원시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 복구(50억원, 2023년), 파주시 고창교 교량 및 연계도로 확장(17억9천만원, 2024년) 등 소요 비용이 큰 사업이 많이 포함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및 환경개선 역시 양주시 토리-봉우리근린공원 무장애 산책로 조성사업(8억원, 2023년), 수원시 효원공원 월화원 리모델링(18억원, 2025년) 등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들이 주를 이룬다. 주로 공원 및 산책로 조성, 거리환경 개선사업 등이 포함됐다.
체육센터·파크골프장·축구장 설치 등 문화예술 및 체육사업도 매년 배분되는 단골손님이었다. 이밖에 공공청사를 유지·보수하는 사업 등이 다수 포함돼있던 주민생활 분야에도 매년 수억원이 배분됐다.
경기경실련은 공공청사 유지·보수, 체육센터 건립 등 시·군들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할 경상적 경비까지 도에 지원을 요청하고, 도가 특조금을 통해 이를 메우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조정교부금의 90%를 차지하는 일반조정교부금 지원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특조금으로 보완하는 개념”이라며 “특조금이 배분되면 그때부터는 시·군 예산이다. 시·군 재량으로 자체 예산이 부족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작 재난·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 대응엔 지원 0건?
‘특정한 재정 수요’라고 하면 재난·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쉽게 떠오르지만, 정작 최근 3년간 재난·재해 발생 시 해당 현장에 즉시 투입된 특조금은 1건도 없었다. 2020년 8월 화재로 전소됐던 수원 영통구 하동IC 고가 차도 방음터널을 복구하기 위해 2023년 4월에 특조금 50억원이 투입됐지만, 이 역시 사건 발생 후 약 2년 8개월 만에 배분된 것이어서 재난·재해로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해 특조금이 배분됐다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경기도 재난·재해 관련 기금으로도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세와 도의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그리고 시·군 자체 재난 관련 기금이 우선 배분된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을 경기도 특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인데, 최근 3년간은 그 정도로 부족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배분 사례가 없을 수 있다는 게 도 설명이다. 대신 도는 안전 사고 및 재난재해 등을 예방 또는 복구하는 사업은 특조금 배분 심사 시 가점을 주는 형태로 특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경실련은 “재난·재해 상황에 특조금을 교부 가능하도록 운영 기준 등에 명시돼있지만 사실상 해당 명목과는 무관하게 운영되는 실정”이라며 “재난관리기금으로 필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서 특조금으로는 교부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조금만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운영 기준을 손봐야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의 경우 50%는 재난안전 관련 사업에 배분토록 돼있다. 나머지 40%는 지역현안 사업, 10%는 국가·지방 협력 등 시책 사업에 교부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 강기정 차장, 이영지·한규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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