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5℃에 달하던 날 인천 서구 야외 무료급식소 ‘나눔의울타리’를 찾았다. 가는 내내 날이 너무 추워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찾아간 급식소에 도착하자마자 걱정이 무색해졌다. 100명이 넘는 어르신이 입김을 내뿜으며 따뜻한 한 끼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2시간 전부터 대기줄이 생겼다. “이 추운 날 밖에서 밥을 드셔도 괜찮냐”는 물음에 “눈도 비도 안 오니 오늘은 호텔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은 에탄올 난로 주위에 옹기종기 모인 어르신들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잔뜩 꺼냈다. 동네 어디가 꽝꽝 얼었다는 이야기부터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기, 같이 어디를 가보자는 이야기까지 ‘분’ 단위로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어르신들은 국수 김이 식기 전 식사를 마쳤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는 말끝에 꼭 ‘내일’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내일은 더 춥다네’, ‘내일은 더 일찍 나와’, ‘내일 또 보자고’…. 어르신들의 딱 하루치 작별 인사가 이어졌다. 서로의 내일을 약속하는 말들이 급식소의 한기를 녹이고 있었다.
개인의 외로움은 이제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의제가 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었다. 2024년 기준 인천의 1인 가구는 41만1천500가구다. 이는 전체 가구 30%에 달한다. 올해 ‘외로움돌봄국’을 신설한 인천시는 독거 노인과 고립은둔 청년을 포함한 이들이 사회와 계속 연결되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외로움이 곧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에서 야외급식소의 작별 인사를 떠올린다. 살인적인 추위보다 무서운 외로움을 이겨내는 곳.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내일 보자’는 말을 당연하게 건네는 곳. 식사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긴 곳. 어느 동네 누가 일주일 넘게 안 나온다며 전화를 걸어보는 곳. 20여 년 전부터 같은 자리를 지킨 급식소에는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결이 있다.
/송윤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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