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야. ㅠㅠ!’ 엉성한 어미 처리

도교육청전자도서관서 대여 가능

공공도서관 심의망 통과해 문제

출판 단계서 적용될 원칙 세워야

12일 경기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해 확인한 어린이 성경 전자책 화면. 2026.2.1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2일 경기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해 확인한 어린이 성경 전자책 화면. 2026.2.1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가장 좋은 길이인데 말아야. ㅠㅠ”

문맥상 ‘말이야’가 자연스러운 자리에 ‘말아야’로 표기돼 있고, 연결어미 ‘-아/어야’ 뒤에 이어질 서술어도 빠진 채 문장이 이모티콘으로 끝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책 안에서 “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와가 너와 함께 행하실 것입니다”가 나란히 배치돼 종결어미 체계가 뒤섞여 있었다.

12일 경기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서 직접 대여해 읽은 한 어린이 성경 전자책의 문장이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한 종교·교육 도서임에도 기본 교열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오류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해당 책에는 저자명과 함께 ‘챗GPT 활용’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3천원대에 유통 중이다. 개인 SNS 게시물이 아니라 ISBN을 발급받아 판매되는 정식 출판물이라는 점에서 형식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외에도 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을 쓰는 이른바 ‘딸깍출판’ 논쟁의 중심에 선 A출판사의 책들도 포함돼 있었다. 저자에는 이름 대신 ‘A출판사 인문교양 에디팅팀’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중 논리학을 다룬 책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 눈높이에서 논리학의 역사와 오늘날 쓰임을 풀어 설명했지만 세부 서술에서 사실 관계와 어긋나는 표현들이 확인됐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을 소개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논리적 구조를 체계화해 ‘오르가논’이라는 저서에 정리했다”고 서술했으나, ‘오르가논’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단일 저작으로 집필한 책이 아니라 후대에 그의 논리학 관련 저술을 묶어 부른 것이다. 이를 그의 ‘저서’로 단정하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책 어디에도 설명의 출처나 각주는 없었다.

12일 경기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해 확인한 어린이 성경 전자책 화면. 2026.2.1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2일 경기도교육청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해 확인한 어린이 성경 전자책 화면. 2026.2.1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두 사례의 공통점은 검증되지 않은 AI 생성 전자책이 공공도서관 심의망을 통과했다는 데 있다. 해당 기관 뿐 아니라 현재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는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서에 포함하는 ‘소장형’과 도서 플랫폼 업체와 연 단위로 일괄 계약하는 ‘구독형’으로 나뉜다. 문제가 된 두 전자책은 구독형에 해당한다.

도교육청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구독형 패키지로 들어온 전자책 중 문제가 있는 경우 대출 가능 목록에서 제외할 수는 있다”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자책이 많아지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자체 규정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도서관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출판 단계부터 적용되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생성형 AI로 출판할 경우 서문에 이를 명시하는 등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도서관도 문제 도서를 가려낼 근거가 없다”며 “해외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2023년부터 AI 활용 원칙을 명문화했다. 학계뿐 아니라 일반 출판 영역에서도 AI 활용 원칙을 표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