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상땐 경사로 설치 등 규정
부평구 한 무인 매장 앞 있는 계단
같은 용도군 업종변경뿐 의무 없어
“의무 아니지만 개선 유도할 여지”
매장 안에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약자가 오르기 어려운 ‘단차’가 있다면 합법일까, 불법일까.
지난 13일 오전 찾은 인천 부평구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54㎡ 규모의 매장 안에는 약 40㎝ 높이의 단차가 있었다. 계단은 설치돼 있었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단차 위 공간으로 오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최근 이 매장을 방문했다는 인근 주민 박모(21)씨는 “휠체어 이용자나 보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사실상 매장의 절반가량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법에 따라 경사로 등을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구청에 문의했지만 아직 개선된 점은 없다”고 말했다.
1998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출입구 접근로, 출입구 단차 제거 설비, 경사로 등 장애인의 이동과 시설 이용을 돕는 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이 법은 원래 300㎡ 이상 시설에만 적용됐지만, 2022년 시행령 개정으로 50㎡ 이상 시설까지 의무 대상이 확대됐다.
다만 기존 건물에는 이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령 개정 이후 신축하거나 증축·개축·재축(화재 등으로 건물이 손상돼 다시 짓는 것)한 건물에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생긴다.
관할 지자체인 부평구는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매장은 시행령 개정 이전부터 있던 식당(제2종 근린생활시설)을 지난해 8월 소매점(제1종 근린생활시설)으로 임의변경해 다시 문을 열었다. 건축법상 같은 용도군(근린생활시설) 내 변경은 허가나 신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부평구는 관련 민원에 대한 응답으로 “해당 건축물은 근린생활시설 범위 안에서 업종만 변경됐을 뿐 건축법상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업종 변경만으로는 새롭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또한, 법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소매점의 경우 매장 내 복도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권장’에 그친다”며 “법적 의무 여부와는 별도로 보행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편의 증진을 위해 해당 매장에 편의시설을 개선하도록 권장했다”고 덧붙였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축이나 증·개축 등을 한 건물인 경우에만 편의시설 설치 의무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이 법의 가장 큰 맹점”이라며 “소매점 내부 단차를 없애거나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적극행정을 통해 개선을 유도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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