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점포서 생리대 절도범 박제

명예훼손죄 포함 아동학대 가능성

“워낙 비싸서 훔친 건 아니었을까”

‘여성 필수품’에 안타까운 반응도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편의점 외벽 유리창에 가게에서 물건을 가져간 사람들의 CCTV 화면 캡처가 붙어있다. 2026.2.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편의점 외벽 유리창에 가게에서 물건을 가져간 사람들의 CCTV 화면 캡처가 붙어있다. 2026.2.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생리대 절도범’.

인천 남동구 한 편의점 외벽 유리창에는 이 같은 문구와 함께 한 여성의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게시됐다. 편의점 외벽과 내부 곳곳에는 가게 물건을 훔쳤다는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 사진도 걸려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은 “정확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편의점에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이 많아서 점장님이 붙여놨다”고 했다.

■ 신상 공개로 망신 주기…도 넘은 ‘사적제재’

가게 물건을 훔친 범인을 찾겠다며 점주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해 얼굴 사진을 게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점주나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절도나 재물 파손이 자주 발생하는 무인점포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동·청소년의 얼굴 사진을 공개할 경우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이연경)는 인천 서구 한 무인점포에서 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사진을 내건 점주를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점주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

문지혜 변호사는 “얼굴을 모자이크한 사진을 게시해도 당사자의 신원이 특정될 땐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점포에서 절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점주는 경찰에 신고하고 최대한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점포에서 절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 “오죽하면 생리대를…” 비싼 생리용품 대책 요구

생리대 절도범을 찾는다며 한 여성의 사진을 내건 해당 편의점에서 지난 13일 만난 이모(18)양은 “물론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잘못됐지만, 오죽하면 생리대를 훔쳤을까 싶다”며 “생리대가 없으면 무척 난처한데 생리대 가격이 비싸서 훔친 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생리대가 비싸다”고 지적한 뒤로 생리용품 가격 인하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가격·광고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일본, 싱가포르, 영국, 미국 등 11개 국가의 생리대 66종보다 39.55% 높았다. 성평등가족부는 생리용품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청소년 센터, 문화의 집 등 28개 기관에 생리용품 무료 자판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022년부터 만 18세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생리용품 보편지원사업’을 운영했으나, 신청자가 적어 지난해 사업을 중단했다.

인천시 여성가족국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생리용품 지원 확대를 검토하는 추세에 맞춰 생리용품 무료 자판기 설치를 원하는 기관들이 있는지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