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중심인 자립시설… ‘일할 기회’ 잃어 또 범죄
뇌성마비에 요양·재활기관 배정
정기적 수입 활동 어려움 겪어
성년 이후 범행 “자포자기 심정”
노숙인센터 거주 59%가 장애인
2027년 ‘사회자립법’ 시행 불구
장애시설 입소자·재가자만 대상
무전취식 등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든 뇌성마비 노숙인 A씨(46·남성)의 재범(2월5일자 7면 보도) 배경에는 주거지가 없는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노숙인 재활·요양시설로 보내는 행정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원지법 형사6단독 김수연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택시비 7천300원과 술값 200여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현금이나 카드 등 결제 수단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노숙인인 A씨의 범죄 경력은 39차례에 달한다. 병합 사건을 분리하면 범죄 횟수는 52차례로 늘어난다. 특이한 점은 그의 범행이 성인 이후인 2001년 1월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그를 출산한 뒤 사망했고, 아버지는 재혼 후 함께 살지 않았으며, 그는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의 범죄 시작 시점은 보호망이 사라진 시기와 맞물려 있다.
송지영 법무법인 호원 변호사(A씨 국선변호인)는 “미성년 시절 범죄 전력이 없다는 것은 보호 울타리 내에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수십 차례 범죄를 반복하는 경우는 보통 소년기부터 이어지지만 A씨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고 했는데 사회보장제도가 그를 충분히 포섭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정당국은 거주지가 없는 노숙인을 발견하면 통상 노숙인종합지원센터로 연계한다. 24시간 운영되는 쉼터를 통해 임시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상담을 통해 일시보호·자활·재활·요양시설 등으로 구분해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자립 의지가 높은 경우 임시 주거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연결하기도 하지만, 장애가 있는 경우 치료·보호·요양 중심의 재활·요양시설로 보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동현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실장은 “임시 주거지원 사업은 비교적 빠른 지역사회 복귀를 전제로 하다 보니 비장애인 위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노숙인이 (장애)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센터에선 개인 정보 조회도 불가능해 정확한 장애 정도를 판단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지원은 지자체 소관이라 주소 등록도 필요해 생활시설로 연계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장애인이 생활시설에 들어가면 자립의 문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시설의 목적 자체가 ‘재활·요양’인 탓에 수익 활동이 제한적인데, 장애인의 경우 이마저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씨 역시 서울·인천·경기지역 노숙인 요양·재활시설에 세 차례 입소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과 발 등의 움직임과 말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인지 장애는 없는 그는 시설에서 미래를 준비하거나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과 주거 전환을 지원하는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이 2027년 3월 시행될 예정이다.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초기 정착지원금과 추가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해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게 법의 취지다. A씨처럼 시설에 입소한 상황이더라도 장애인이라면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령은 지원 대상을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와 재가 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복지시설 거주 장애인 비율은 노숙인복지시설 59.7%, 노인복지시설 37.4%, 아동복지시설 12.2%로 집계됐다. 자립 의지가 있더라도 ‘장애시설’이 아니란 이유로 또 다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장애가 있다면 어느 곳에 거주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법의 취지”라며 “거주지가 없는 경우에도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들은 단순 노동이라도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권리 중심 일자리 등 다양한 모델도 마련돼있어서 장애 정책과 연계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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