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로 멈춘 배움… 66세 만학도, 용기로 값진 결실

 

母 간병 병행… 새벽 4시 공부 ‘열정’

중등 과정 졸업·내달 경기여고 진학

“당당한 삶… 일단은 한발만 내딛길”

박서연씨는 뒤늦은 공부를 시작해 3년 만에 용인성인문해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다음달 경기여고에 진학해 만학도의 삶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6.2.19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박서연씨는 뒤늦은 공부를 시작해 3년 만에 용인성인문해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다음달 경기여고에 진학해 만학도의 삶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6.2.19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어머니 간병하고 나면 공부할 시간이 새벽뿐이에요.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하면서 3년을 보냈어요.”

어린시절 공부의 기회를 놓쳐 초·중등 학력이 없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학력 인정 교육을 제공하는 용인성인문해학교에서 3년간 중등 교육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박서연(66)씨의 말이다. 용인성인문해학교는 2012년도 초등 학력 교육을 시작으로 2017년 중학 교육 과정을 새롭게 운영했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과목을 한 반에 15명 내외로 구성해 2019년 첫 만학도 졸업생을 배출했다.

박씨의 뒤늦은 공부는 가족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집안의 장녀로 어린 동생들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미싱사가 된 그의 공부는 이른 시기 멈췄다. 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그의 공부에 대한 갈증을 멈추지 않게 했다.

자신뿐 아니라 3년 동안 함께 학교를 함께 다닌 언니·오빠·친구들도 무탈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1·3학년 때 학급 반장을 맡기도 했다. 어려운 일은 도맡아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유연하게 해결하는 리더십은 선생님들에게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관은 있었다. 건강했던 남편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여러차례 수술을 하게 되면서 평소 돌보던 치매 노모에 이어 남편까지 간호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박씨가 혼자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에 학교 공부를 이어간 것이다.

박씨는 “새벽에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하는 시간이 나를 버티게 했다”며 “일상은 힘들었지만 학교 가는 3일과 새벽 공부 시간은 피난처이자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새벽 열정은 결국 우수한 성적으로 증명됐다. 박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며 “ABC도 몰라서 카페 이름조차 읽지 못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영어는 읽을 수 있어서 삶을 살아가는 게 당당해졌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다음달 경기여고에 진학한다. 박씨는 “왕복 2시간여를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야 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교도 잘 마치고 대학까지 가고 싶다”며 “심리학이나 유아 교육에 관심이 있는데, 타인에게 보탬이 되고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공부를 망설이는 ‘언니 오빠’들에게는 “저도 시작하기 전엔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한발만 내딛길 바란다”고 응원을 보냈다.

용인/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