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회적 갈등 없다” 판단… 개최장소 지자체 처분 제동 기대

 

집회장소 박탈 자유보다 크지않아

변상금 부과에 적법성 다툴 여지

조직위 “혐오조장 세력·행정 맞서”

인천퀴어문화축제 장소로 인천시청 앞 광장을 쓰지 못하게 한 인천시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8회 인천 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퀴어문화축제 장소로 인천시청 앞 광장을 쓰지 못하게 한 인천시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8회 인천 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퀴어문화축제 장소로 인천시청 앞 광장을 쓰지 못하게 한 인천시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공공질서를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광장을 내주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퀴어문화축제 장소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재판부, “퀴어문화축제가 사회적 갈등 유발하는 건 아냐”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판사·송종선)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인천시를 상대로 낸 인천애뜰(시청 앞 광장) 사용 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3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천시가 달성하려는 공익이 조직위가 인천애뜰을 집회 장소로 선택할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불이익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인천시의 처분을 취소하고 인천시가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2월19일자 6면 보도)

인천애뜰 사용 거부한 인천시 ‘패소’… 퀴어축제조직위원회 “상식적 판결 환영”

인천애뜰 사용 거부한 인천시 ‘패소’… 퀴어축제조직위원회 “상식적 판결 환영”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열기 위한 인천시청 앞 광장 ‘인천애뜰’ 사용 신고를 불수리한 인천시에 대해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판사·송종선)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인천시를 상대로 낸 인천애뜰 사용 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
https://www.kyeongin.com/article/1759114

인천시는 지난해 8월 조직위가 인천애뜰에서 제8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열겠다며 제출한 사용 신고서를 불수리 처분했다. ‘인천애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규정하는 ‘공공질서 유지의 어려움 및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조직위는 지난해 9월 인천애뜰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강행했고, 인천시는 국유재산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 224만원을 조직위에 부과했다.

재판부는 인천퀴어문화축제가 ‘공공질서 유지의 어려움이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열린 축제에선 반대 단체들과의 특별한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면서 “조직위는 충돌을 막기 위해 안전대책을 마련해 인천시에 제출했으며, 인천경찰청과 협의를 진행해 경찰은 구체적인 경비 계획까지 세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앞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와 맞불집회 참가자, 경찰이 몸싸움을 벌여 행사가 중단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8년에 발생한 충돌은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주최한 집회가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을 뒷받침할 뿐”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는 퀴어문화축제 주최자와 참가자들이 아니”라고 했다.

■ “축제 장소 ‘사용 불허’ 사라질까” 기대감

이번 판결로 조직위는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에 대한 지자체의 반복적인 ‘사용 불승인’ 처분에 제동이 걸리길 바라고 있다. 인천시는 이미 조직위가 인천애뜰에서 축제를 열어 이 사건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천시가 조직위에 변상금 부과 처분을 내려 적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시설 사용 불허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처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위법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천 동구는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을 불승인했으며, 2022년에는 인천대공원사업소가 남동구 중앙교통공원 사용을 불승인했다. 이후 인천시 인권보호관은 “인천대공원사업소가 제시한 규정으론 공원 시설 이용을 불승인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공원 시설 이용을 불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인천시에 권고했으나, 인천대공원사업소는 지난해에도 중앙교통공원 사용을 불승인했다.

2023년에는 부평구가 부평역 광장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부평구는 부평문화재단과 부평역 광장 사용을 협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축제 개최가 어렵다고 조직위에 통보했으나, 부평문화재단이 광장을 사용하려던 날은 조직위가 광장 사용을 신청한 날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19일 조직위는 성명서를 발표해 “조직위는 매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축제 장소를 선정했으나,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차별 행정에 맞서야 했다”며 “성소수자들도 존엄한 존재로 평등한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인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