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
비리의혹 성남FC 매각 위기 맞아
안산FC는 선수단 구성 외압 논란
지자체 중 정치색 유니폼 강요도
시장 바뀔 때마다 팀·팬들은 혼란
태생적으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지원받고 탄생한 프로축구 K리그 시민구단은 지자체장이 구단주를 맡는다. 이때문에 정치 외풍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시민구단은 구단주인 지자체장의 한마디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하거나 낙하산 인사가 단장이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지역 정체성 강화와 축구 저변 확대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치적 쌓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 말 한마디로 흔들리는 현실
1989년 기업구단으로 창단해 역사가 깊은 성남FC(전 성남일화천마)는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뒤 지자체장의 말 한마디로 구단 존립이 위태로웠다.
성남FC의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 2022년 취임한 뒤 구단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구단은 혼란에 휩싸였다.
전임 시장인 이재명 성남시장 당시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자 신 시장은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설은 반발에 사그라졌으나 앞서 2022시즌을 준비하면서 예산 문제로 시작부터 삐걱거린 성남FC는 비리 의혹으로 구단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정치 외풍에 흔들리며 4시즌 만에 강등됐다.
■ 낙하산 인사의 외압 논란
지난 2024년 K리그2 안산그리너스FC는 김정택 신임 단장이 취임한 뒤 선수단 구성을 두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선수강화위원회에서 다음 시즌 안산에서 뛸 선수로 결정한 30명 중 일부를 내보내고 본인이 가져온 선수 명단에서 추가 영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선수협회를 비롯해 서포터스는 ‘선수단 물갈이’ 외압 행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 단장은 3선 출신의 시의원으로 안산시축구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했지만 프로팀을 운영한 경험은 없었고 시장의 측근 정치인 출신 인사였기 때문에 논란이 더 확산됐다.
결국 사태는 쫓겨날뻔한 선수 6명 중 5명이 구단과 재계약하면서 일단락됐다.
■ 정치적 중립 위반… 수장 교체도
경기도내 시민구단 뿐만 아니라 정치 외풍에 시달린 시민구단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충남아산FC가 부천FC 1995와의 홈 개막전에서 기존 푸른색 유니폼이 아니라 새롭게 공개된 붉은색의 서드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이 경기장을 찾아 시축과 격려사를 하고, 경기에 앞서 총선 유세도 경기장 인근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구단에서는 서포터스에 빨간색 응원 도구와 깃발을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 스포츠에서 유니폼 색은 구단의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이런 유니폼 색을 정치적인 이유로 변경한 충남아산의 선택은 팬들의 반발과 축구계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밖에 단장이나 대표이사가 성과를 내더라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구단과 이별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와 관련 도내 시민구단 관계자는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시의원의 말로 예산이 삭감되거나 증액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행정사무감사를 받거나 단장이나 대표가 인사청문회를 의회에서 받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축구단이 힘을 받기도 하고 힘을 잃기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영선·김태강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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